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다이너소어'(Dinosaur, 2000년)는 기술만 있고 내용은 없는 작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디즈니에서 애초에 내용보다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 제작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 등 픽사 작품에 주도권을 빼앗긴 디즈니가 명예회복 차원에서 기획했다.
막대한 예산과 오랜 기간을 들여 제작한 덕분에 10년 전인 당시로서는 눈이 돌아갈 만큼 그래픽이 우수했다.
하지만 스토리는 진부하다는 평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은 훌륭했지만 상투적인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는 어려운 법, 결국 '토이스토리'의 아성을 넘지 못한 범작이 돼버렸다.
훌륭한 그래픽은 뛰어난 미디어인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1080p 풀HD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일련 번호를 붙여서 수백 만개의 털을 재현했다는 CG는 풀HD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로 키워 놓으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정교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훌륭하다.
육중한 저음과 채널 분리가 잘된 음향이 6,500만년 전 백악기의 세계를 고스란히 되살렸다.
부록으로 영화 제작에 사용된 세계 곳곳의 실사 풍경과 제작 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입이 딱 벌어지는 웅장한 자연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사다. 제작진이 4년 동안 요르단, 베네수엘라, 하와이, 호주 등 세계 곳곳을 돌며 촬영한 영상을 배경으로 사용한 것.
세계 풍경 촬영에는 공룡의 눈높이에서 본 영상을 담기 위해 다이노 캠이라는 카메라를 개발해 사용했다.
디즈니는 '더 시크릿 랩'(TSL)이라는 기술연구소를 만들어 CG를 개발, 110만개의 털을 하나 하나 재현해 여우원숭이를 묘사했다.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해 불벼락이 내리는 장면 역시 스모크를 실사로 촬영한 뒤 이를 뒤집어 사용.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이 뛰어나도 실사를 따라가기는 힘든 법. 절벽이 폭발하는 장면은 모형을 만들어 폭파시킨 것을 촬영한 실사다.
디즈니는 8년을 기획했고 4년 동안 이 작품을 만들었다. 제작비는 약 2억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공룡의 피부는 코끼리 피부를 참조해 재현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상케 한다. 평화로운 풍경과 부드러운 일상사가 운석의 충돌 때문에 폭풍같은 알레그로로 치달은 뒤 고비를 넘겨 다시 평화를 맞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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