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프리드킨(William Friedkin) 감독의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년)는 공포 영화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걸작이다.
액션에 비중을 둔 요즘 공포 영화와 달리 이 작품은 상징, 징조 등으로 무서움을 자극하는 정통 공포물의 기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따라서 보는 내내 으스스한 분위기로 사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나 이 작품이 무서운 것은 실화에 바탕을 뒀기 때문.
원작자인 윌리엄 블래티는 1940년대 후반 위싱턴 D.C 근교의 마운트 래니어 마을에서 악령에 사로잡힌 14세 소년을 구해낸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1971년 소설로 발표했다.
그는 소설이 인기를 끌자 제작자로 나서 프리드킨 감독을 지목해 영화로 만들었다.
워낙 충격적인 소재인 만큼 영화는 개봉 후 흥행에 크게 성공하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개봉 당시 졸도하는 관객이 많아 극장 앞에 구급차가 대기한 점도 그렇지만 악령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 항상 따라붙는 불가사의한 사건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극 중 살해당하는 영화감독으로 나오는 잭 맥고런은 촬영 종료 후 갑작스레 죽었으며 스태프와 경비원도 사망했다.
또 여배우 한 명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그의 룸메이트는 미쳐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여기에 영화를 본 후 일어난 자살과 살인사건은 영화를 둘러싸고 더욱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1974년 9세 소녀를 살해한 10대 살인범 니콜라스 벨은 법정에서 "이 영화를 본 뒤 내 안에 알 수 없는 존재가 들어와 나를 지배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어쨌든 이 같은 불길한 소문과 후일담들은 결국 이 작품의 명성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
DVD 타이틀로 나온 'The Version You've Never Seen'은 극장 개봉 시 삭제된 11분이 추가됐으며 음향을 돌비디지털 6.1 채널로 리마스터링 해서 한층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의 DVD 타이틀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으나 암울한 공포분위기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