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마틴 쉰 5

지옥의 묵시록(4K)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은 1979년에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을 개봉한 뒤 2번에 걸쳐 수정 작업을 했다. 원래 극장 개봉판은 스튜디오 요구에 따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장면들을 잘라내고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상영 시간을 맞추면서 2시간 30분 분량으로 줄었다. 코폴라 감독은 잘려나간 부분이 못내 아쉬워 2001년 49분 분량을 추가해 3시간 16분 길이의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판을 내놓았다. 리덕스판은 다양한 부분이 추가되면서 내용이 풍성해졌다. 하지만 코폴라 감독은 2019년에 개봉 40주년을 맞아 재상영하면서 이 작품을 다시 손봤다. 그것이 바로 '파이널 컷'이다. 파이널 컷은 극장판보다 길지만 리덕스판보다 짧다. 코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4K 블루레이)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마크 웹(Marc Webb) 감독이 만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 2012년)은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다. 리부트라는 말이 맞을 만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만큼 이 시리즈는 달라진 것이 많은데, 이런 변화가 반가운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앙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대폭 바뀌면서 캐릭터의 성격도 크게 달라졌다. 레이미 감독의 시리즈가 삶에 지친 20대 청년의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면 웹 감독의 이번 시리즈는 고교를 갓 졸업한 10대 청소년(앤드류 가필드, Andrew Garfield)이 스파이더맨을 맡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모든 슈퍼 히어로물은 벤담의 공리주의에 기반한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표로 한 양적 공리주의를 주장하며,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선행을 통해 개인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가진 자들의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부가 됐든 권력이 됐든 또는 지적,육체적 능력이 됐든 남보다 월등 많이 가진 사람들은 여럿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기여하는 도덕적 책임감이 의무처럼 따른다. 스파이더맨이 쫄쫄이 의상을 입고 거미줄을 쏘고, 슈퍼맨이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하늘을 날며, 배트맨이 망토를 휘날리며 밤길을 내달리는 것도 공리주의에 입각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다른 표현들이다. 이는 곧 끝없는 이익 추구로 부의 집중을 용인한 자본주의가 못가진 자들을 무마하는 수단이..

영화 2012.06.30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

크리스 페인 감독의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 2006년)는 아주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다. 국내의 경우 극장에서는 개봉하지 않고 DVD로만 출시됐는데, 우리도 모르는새 등장했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버린 전기자동차의 비밀과 여기 얽힌 자동차 업계의 음모를 보여준다. # 100년 전에 등장한 전기차 ## 전기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놀랍게도 1835년, 네델란드의 크리스트 파벡카가 처음 만들었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에는 전기자동차가 휘발유차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휘발유차의 대량 생산과 싼 가격에 밀려 전기자동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난 1996년 미국 3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제네럴 모터스(GM)는 ..

디파티드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리메이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작품. 여기에 올해 열린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감독상을 선사하며 오랜 숙원을 풀어줘 더 화제가 됐다. 감독상 뿐만 아니라 작품, 각색, 편집상 등 4개 부문을 수상.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년)는 원작인 '무간도'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독특한 작품이다. 갱단이 경찰에 위장침투해 정보를 빼돌리고, 경찰이 갱단에 위장잠입해 비밀을 캐내는 기본 줄거리는 같다. 그러나 원작이 빠른 이야기 전개로 긴박감을 강조한 반면 리메이크작은 사람의 심리묘사에 치중했다. 그래서 리메이크작이 이야기가 더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스콜세지 감독도 DVD에 실린 부록을 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