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후네 토시로 7

7인의 사무라이(블루레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하면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1954년)다. 이 작품은 그를 국제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면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란으로 피폐해진 일본 전국시대에 툭하면 산적에게 시달리는 농촌 사람들이 7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산적들을 막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싸움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든다. 특히 산적을 유인해 덫에 가두듯 마을에 하나씩 몰아넣고 때려잡다가 빗속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까지 긴장감을 점차 높여 나가는 연출 솜씨가 일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변하는 것과 변하..

미드웨이(블루레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에게 진주만 기습을 당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를 만회하고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도쿄 공습을 지시했다. 이에 두리틀 중령이 이끄는 미군 폭격기들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해 도쿄를 공습했다. 여기 충격을 받은 일본은 미 항모를 격멸하기 위한 작전을 입안했다. 이 작전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당시 태평양 전역, 즉 태평양 전쟁의 향배를 바꾼 미드웨이 공격이다. 일본 해군의 연합함대 사령장관이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진주만 기습 당시 미 해군의 항모를 하나도 격침하지 못한 것을 가장 애통해하며 미 항모를 잡기 위한 작전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1942년 6월4~7일까지 나흘간 벌어진 미드웨이 공격은 야마모토 제독의 미 해군 항모 절멸 작전을 토대로 입안됐다. 태평양 전..

배가본드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

'배가본드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Samurai 1: Miyamoto Musashi, 1954년)라는 긴 제목의 이 영화는 '사무라이'가 원제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만화 '배가본드'를 의식해 국내 DVD 출시사에서 일부러 길게 제목을 붙인 듯 싶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다룬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여한 무사시가 패전 후 쫓기는 신세가 됐다가, 마을 스님의 도움을 받아 무사로 거듭나는 내용이다. 연출은 일본의 검객 영화 대가로 꼽히는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맡았고, 주인공 무사시 역할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미후네 토시로가 열연했다. 그만큼 3류 잔바라 영화가 아닌 어느 정도 작품성은 확보한 영화다. 그러나 천둥벌거숭..

주정뱅이 천사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주정뱅이 천사'(1948년)는 일본식 네오리얼리즘 영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일었던 네오 리얼리즘 영화는 '자전거도둑'처럼 전후 이탈리아 사회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영화였다. 그런 점에서 프로파간다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사람들과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선동적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태평양전쟁 후 패전의 구렁텅이에서 허덕이던 일본 사회가 처한 극도의 혼란을 두 사내를 중심으로 풀어 낸다. 누가 됐든 아픈 사람들을 고쳐야겠다는 알코올 중독자 의사와 암흑세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야쿠자의 애증을 통해 당시 일본 사회가 안고 있던 불안과 혼란을 보여준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어찌보면 일본 사회의 ..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유명한 걸작 '라쇼몽'(1950년)은 처음부터 패를 드러내 놓고 시작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문(羅生門) 아래에서 요란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나무꾼이 내뱉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숲 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 시체를 발견한 나무꾼,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 여기에 무당의 입을 빌려 찾아온 사무라이의 영혼까지 네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제각기 다르게 설명한다. 문제는 각기 다른 주장이 모두 그럴 법하다는 것. 결국 요란한 말속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된다. 하지만 네 사람의 주장 모두에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다 보니 진실을 찾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 점 때문에 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