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블루레이 1153

너의 이름은(4K)

'날씨의 아이'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등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작품들을 보면 사진 같은 섬세한 배경에 손그림의 정감이 섞여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채화 같은 작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들인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에서도 이런 특징들이 두드러진다. 다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대표되는 지브리 작품들이 철저하게 손그림에 의존한다면 신카이 감독은 적절하게 컴퓨터 그래픽을 손그림과 섞어서 사용한다. 덕분에 실사처럼 세밀한 풍경 위에 손그림의 부드러운 채색이 더해져 정겨움과 함께 감정을 자극한다. 이런 특징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저패니메이션의 특징이기도 하다. 신카이 감독의 작품 '너의 이름은'(君の名は。2016년)도 마찬가지다. 도쿄의 신주..

글루미 선데이(블루레이)

헝가리의 피아니스트였던 세레시 레죄(Seress Rezső)는 평생을 불우하게 살았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평생을 부다페스트의 가난한 유대인 거주지역인 제7구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집안이 어려워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는 식당과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로 근근히 벌어 월세방에서 작곡을 했다. 아이도 없이 부인 헤르니와 함께 살았던 그는 여러 곡을 작곡했지만 유일하게 인기를 끈 곡이 1933년 발표한 연주곡 '세상의 끝'이라는 뜻의 '비게 아 빌라그나크'(Vége a világnak)다. 죽음을 부르는 곡의 전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멜로디가 인기를 끌자 1935년 헝가리 시인 야보르 라슬로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는 내용의 가사를 붙인 뒤 노래 제목을 '우울한 일요일'이라는 뜻의 '소모르 바사르나프'..

스타트렉1-극장판 디렉터스 컷

미국 NBC-TV에서 1966년부터 1968년까지 방영된 TV시리즈 '스타트렉'은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트렉키'라고 불리는 팬들은 시리즈 종영 이후에도 수시로 모임을 갖는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다르게 봤다. TV 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실패작으로 생각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흑백 TV 시절 '우주 탐험대'라는 제목으로 방영됐으나 미국만큼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런 작품이 다시 영화로 등장한 것은 '스타워즈' 때문이었다. 1975년 스타워즈가 나오기 전 NBC는 파라마운트와 영화 제작을 계약했으나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1977년 스타워즈가 개봉하면서 큰 인기를 끌자 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가 감독을 맡았고 윌리엄 샤트너(..

라스트 나잇 인 소호(4K)

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이 만든 '라스트 나잇 인 소호'(Last Night in Soho, 2021년)는 1960년대 문화와 독창적인 스릴러가 절묘하게 결합된 뛰어난 영화다. 악몽을 통해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절묘한 구성과 놀라운 영상으로 펼쳐 놓았다. 내용은 가수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 거리에 왔다가 원치 않는 비극적 삶을 살게 된 여인에 얽힌 살인사건을 다뤘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소호에 온 앨리(토마신 맥켄지 Thomasin McKenzie)는 밤마다 꿈속에서 1965년 가수를 꿈꾼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 Anya Taylor-Joy)를 만난다. 앨리는 꿈속에서 샌디의 삶을 살면서 그가 일했던 카페 드 파리와 리알토 극장의 무서운 비밀을 ..

개그맨(블루레이)

이장호, 김수용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을 오랫동안 한 이명세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감독으로 입봉 했다.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로 공들여 쓴 시나리오를 제작사 여러 곳에 보여줬으나 모두 거들떠보지 않았다. 소설가 최인호는 호평했으나 정작 제작사들은 무명의 신인에게 영화를 맡길 생각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배창호 감독에게 상의한 결과 직접 영화를 만들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연출한 데뷔작이 바로 '개그맨'(1988년)이다. 내용은 영화감독을 꿈꾸며 극장식당 카바레에서 일하는 무명의 개그맨 이종세(안성기)가 배우를 꿈꾸는 이발사 문도석(배창호), 극장에서 건달들에게 쫓기다 구출된 여인 오선영(황신혜)을 만나 은행을 터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197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종대와 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