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실화 37

폭스캐처 (블루레이)

1996년 1월26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한 중년 남성이 또다른 남성을 아무 이유없이 권총으로 쏴 죽인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묻지마' 살인이다. 놀라운 것은 사건보다 피해자와 범인이다. 피해자는 LA올림픽 레슬링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 살해범은 놀랍게도 억만장자인 존 듀폰이었다. 바로 케블러라는 특수섬유를 개발한 세계적인 화학기업 듀폰의 창업주 4대손이다. 레슬링을 좋아해서 미국 레슬링협회를 적극 후원했던 존 듀폰은 엄청난 규모의 펜실베니아 자택에 레슬링 훈련장을 지어놓고 사설 레슬링팀까지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를 코치로 초빙해 88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사설 레슬링팀의 훈련을 맡겼다. 그런데 왜 존 듀폰은 갑자기 데이..

아메리칸 스나이퍼

요즘 미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2014년)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상영 중인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이었던 미국 네이비실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네 차례나 파병돼 공식적으로 160명, 비공식적으로 255명을 사살했다. 그만큼 미군들 사이에서 그는 전설적 존재가 됐다. 그의 저격 덕분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많은 미군 병사들이 구사 일생으로 살아나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나온다. 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탈레반, 특히 여자 어린이 할 것 없이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악마의 화신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두 지점이 서로 다른 입장의 ..

영화 2015.02.03

부러진 화살 (블루레이)

2007년 최고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교수가 판사를 향해 석궁을 겨눈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서 김명호 교수의 석궁사건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사건의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균관대 수학과의 김명호 교수가 성대의 본고사 채점 도중 수학 문제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하지만 같은 수학과 교수들은 동료 교수가 출제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며 오히려 총장에게 김 교수를 징계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김 교수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하고 재임용마저 실패했다. 이에 김 교수는 복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대한수학회와 고등과학원 등에 문제 오류 여부를 가려달라고 조회했으나 모두 답변을 거절했다. 오히려 해외..

폼페이 최후의 날 (블루레이)

이탈리아 남부에 존재했던 폼페이는 흔히 시간이 멈춘 도시로 불린다. 서기 79년 8월24일 분출한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가 18시간 만에 잿더미가 돼서 사라졌다. 그런데 워낙 뜨거운 화산재가 덮치면서 사람들은 순식간에 얼어붙듯 굳어 버렸다. 심지어 그릇에 담긴 음식물까지 그대로 화석이 되면서 당시 생활상과 풍습이 타임캡슐처럼 보존됐다. 폴 W.S 앤더스 감독의 '폼페이 최후의 날'(Pompeii, 2014년)은 이 같은 폼페이시의 비극을 토대로 만든 재난 영화로, 글래디에이터에 타이타닉이 결합된 듯한 작품이다. 즉, 로마 검투사 이야기에 신분을 뛰어넘어 이뤄지기 힘든 사랑이 가미됐다. 밑도 끝도 없이 화산 폭발만 다룰 수 없으니, 여기에 부자와 가난뱅이의 사랑을 다룬 타이타닉처럼 검투사와 로마 여인의..

변호인 (블루레이)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2013년, http://wolfpack.tistory.com/entry/변호인)은 개봉 당시 노무현을 감추고 애써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가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가명으로 감추고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생애 중 1981년 발생한 부림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왜 하필 부림사건일까.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이 독서 모임을 용공 이적단체로 몰아 조작한 대표적 공안 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은 노무현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1994년 출간한 수필집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부림사건을 "내 삶의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