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애니메이션 174

카이트 (블루레이)

우메츠 야스오미 감독의 '카이트'(A Kite, 1998년)는 적나라한 정사 장면과 격렬한 하드고어 액션이 결합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아예 기획단계부터 영화나 TV물이 아닌 19금 성인용 비디오물(OVA)을 표방하고 나온 작품이다. 내용은 부모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여고생 사와가 살인청부업자로 일하면서 부모의 원수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또래 소년이 동료로 가담하면서 피가 튀는 살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강렬한 정사 장면과 폭렬 장면이 눈길을 끈다. 사와를 이용하는 무리들이 벌이는 정사 장면은 음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적나라하다. 성기 노출은 물론이고 직접적인 성행위를 여과 없이 묘사했다. 그 바람에 일본 이외 지역에서 출시된 애니메이션은 정사 장면을 드러낸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메트로폴리스(블루레이)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1927년에 발표한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여기에 음악이 들어가면 가치가 더 빛난다. 1984년 유명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가 음악을 덧입힌 버전은 프레디 머큐리, 보니 테일러 등 유명 가수들이 부른 주옥같은 노래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영화를 새롭게 만들었다. 조르지오 모로더 버전의 사운드트랙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한 음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2001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프리츠 랑의 무성영화를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동명 만화다. '우주소년 아톰'으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원형을 이 작품에서 제시했다..

붉은 거북 (블루레이)

마이클 두독 드 비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붉은 거북'(La tortue rouge, 2016년)은 독특한 작품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외부 제작사를 지원해 만들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마이클 두독 드 비트 감독은 1970년대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오랜 세월 활동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대사가 없는 점이 특징이다. 그저 그림과 음악으로만 상황을 설명하고 일체 대사를 집어넣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애니메이터들은 대사가 없는 작품을 궁극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언어의 장벽 없이 보기 편하다. 애니메이션을 회화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대사가 없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그렇다고 작품이 추상적인 것은 아니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저마다의 완결된 스토리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블루레이)

1980년대 학창 시절에 즐겨 보던 만화책이 있다. 성심도서라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에서 낸 '신 루팡 3세'라는 시리즈 만화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해적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악한 인쇄의 이 만화는 일본 만화가 몽키 펀치가 그린 '루팡 3세'를 번역해 그대로 출간한 시리즈였다. 각 권마다 여러 개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만화책이 인기였던 것은 꽤 야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루팡 3세는 여자를 엄청 밝히는 호색한이어서 온갖 여자들과 가리지 않고 잠자리를 갖는다. 거기에 난폭하고 잔인한 액션, 말이 되지 않지만 황당하고 기발한 도주와 절도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머까지 만화책이 줄 수 있는 온갖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1960, 70년대 소설책처럼 세로쓰기여서 읽기 불편..

인사이드 아웃(블루레이)

피트 닥터 감독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년)은 한마디로 아이디어의 승리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잡아 적절한 스토리와 함께 탁월하게 시각화했다. 내용은 릴리라는 소녀가 자라면서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기쁨, 슬픔, 분노, 소심, 새침 등 5가지 감정을 캐릭터로 디자인해 이들의 상호작용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각각의 감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과 고유 특성으로 개성 있게 묘사됐다. 기쁨은 반짝이는 별, 분노는 불붙은 붉은 벽돌, 슬픔은 푸른색 눈물방울처럼 모양만 봐도 성격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감정의 상호작용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만든 점이다. 다섯 가지 감정들은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애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