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외계인하면 떠오르던 생각이 문어 형상이었다. 아마 만화책 등에서 봤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 1979년)은 이 같은 생각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벌레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투구 쓴 개 같기도 한 외계 생명체는 경악 그 자체였다. 자웅동체인 에이리언은 기생충처럼 사람의 몸에 알을 낳아 자라나면 몸을 찣고 튀어나와 사람을 잡아먹는다. 총에 맞으면 금속을 녹이는 강한 산성 피를 흘려 피해를 주는 에이리언은 공포와 충격의 상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SF라기보다 밀실 공포물에 가깝다. 어디로 달아날 곳 없는 우주선 안에서 7명의 대원들이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1분 1초가 보는 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고, H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