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599

달콤한 인생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감독의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1960년)은 참으로 역설적 제목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마르첼로의 모습을 통해 과연 산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신문기자 마르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Marcello Mastroianni)의 눈에 비친 1960년대 로마는 화려한 외관 속에 안으로 혼돈과 정체성의 상실을 감추고 있는 부조리한 사회다. 그 속에서 마르첼로는 상류 사회의 향락에 젖어들지만 친구의 자살과 애인의 자살 시도 등을 겪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갈등하게 된다. 배우들의 상상력을 잠식한다는 이유로 대본을 주지 않기로 유명했던 펠리니 감독답게 이 작품 역시 이야기 흐름이 편안하거나 친절하지 않..

007 위기일발

007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63년)은 1탄 '살인번호'보다 앞서 국내 수입돼 이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 007을 처음 알린 의미 있는 작품답게 크게 성공해 당시 20만 명 넘는 관객이 들었다. 내용은 러시아의 최신 암호해독기를 훔치려는 스펙터 일당과 이를 막으려는 007(숀 코네리 Sean Connery)의 대결을 다뤘다. 1편에 이어 테렌스 영(Terence Young)이 감독을 맡은 이 작품은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에 치중한 요즘 007 시리즈와 달리 스릴러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볼거리는 많지 않아도 줄거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또 매트 몬로가 부른 'From Russia with Lov..

정글피버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의 '정글 피버'(Jungle Fever, 1991년)는 미국의 인종차별을 남녀 관계를 빌어 얘기한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흑인 남성(웨슬리 스나입스 Wesley Snipes)에게 어느 날 백인 여성(아나벨라 시오라 Annabella Sciorra)이 비서로 배치된다. 그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 연정이 싹트며 문제가 발생한다. 흑인 남자는 가정과 직장까지 버리며 여자와 사랑을 택하고 백인 여자는 식구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면서까지 흑인 남자를 따른다. 그렇지만 현실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법, 둘은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스파이크 리는 참으로 냉소적이다.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뿌리 깊은 흑백 갈..

에어포스 원

볼프강 피터센(Wolfgang Petersen) 감독은 밀폐된 공간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잠수함을 다룬 '특전 U보트', 날아가는 비행기 속 격투를 그린 '에어포스 원', 목마 이야기 '트로이' 등 그의 작품 속 공간은 한정돼 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테러범들에게 공중 납치되는 내용의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 1997년)은 '다이하드' 식 구성을 따른다. '다이하드'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원맨 히어로가 활약하며 인질들을 구출하는 설정이다. '람보'나 '코만도' 등 일방적 미국 찬가로 구성된 팍스 아메리카나 스타일의 영화지만 끝까지 관객을 긴장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력이 일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무난하다. 더러 잡티..

노팅힐 (CE)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가 감독을 하거나 대본을 쓴 영화들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든다. 그가 대본을 쓰고 로저 미첼(Roger Michell)이 감독한 '노팅힐'(Notting Hill, 1999년)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런 조그만 책방 주인 태커(휴 그랜트 Hugh Grant)가 세계적 톱스타인 여배우 스콧(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전형적 '신데렐라' 스토리이지만 대사나 이야기 진행 방식이 보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그만큼 설득력 있다는 얘기. 원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만큼은 감탄을 하며 봤다. 이야기, 배역, 영상, 음악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지난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