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위강 8

데이지 (감독판)

곽재용 감독이 극본을 쓰고 '무간도'를 만든 유위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이지'(2006년)는 장편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다. 이야기는 엉성하지만 촬영감독 출신의 유위강이 잡아낸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류의 연애소설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여인을 둘러싸고 살인청부업자와 국제경찰인 두 남자의 엇갈린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 펼쳐지는 영상만큼은 감탄이 나올 만큼 깔끔하게 잘 찍었다. 특히 '화양연화'에서 가슴을 아리게했던 음악을 만든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담당한 음악이 영상과 아주 잘 어울렸다. DVD는 20분 가량 추가된 감독판과 극장판을 모두 수록했다. 그런데 감독판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열혈남아

올림픽이 열리던 해였으니 1988년으로 기억한다. 새 학기가 시작돼 대학에 수강신청을 하러 갔다가 고교 후배를 만났다. 점심을 먹으며 영화 얘기를 하던 중 녀석이 갑자기 "죽이는 영화를 봤다"며 입에 침을 튀기기 시작했다. 녀석 왈, "최근 일본에서 붐이 일어난 작품인데,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변두리 극장에 며칠 걸렸다가 사라졌다"며 "최근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봤는데 극장에서 못 본 게 한이 될 만큼 멋진 작품"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 작품이 바로 왕가위(王家卫) 감독의 데뷔작 '열혈남아'(As Tears Go By, 1987년)였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 그날 당장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본 작품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당시 더블데크가 없어 VTR을 재생하며 TV에 연결된 비디오카메라로 녹화를 뜬 뒤, ..

무간도(트릴로지 박스세트)

마이자우후위(麥兆輝)와 리우웨이창(劉偉强)이 공동 감독한 '무간도'(無間道 2002년)는 홍콩 누아르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뒤를 받쳐주는 작품들이 없는 탓에 1980년대 말의 홍콩 누아르처럼 열풍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홍콩 누아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경찰과 범죄조직 삼합회에 각각 스파이를 심은 양쪽 집단이 끊임없는 두뇌 싸움을 벌이는 이 작품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 힘입어 홍콩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브래드 피트 등을 기용해 리메이크 작품을 만든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시나리오다. 마이자우후위 감독과 장웬지앙(庄文强)이 함께 쓴 시나리오는 총싸움과 액션에 의존한 기존 홍콩 영화와 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