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저패니메이션 36

걸즈 앤 판처 극장판(블루레이)

미즈미사 츠토무 감독의 애니메이션 '걸즈 앤 판처 극장판'(Girls And Panzer: The Film, 2015년)은 덕후들을 위한 작품이다. 원래 TV 시리즈에서 발전한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전차도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일본 여고생들이 취미활동으로 탱크를 몰며 전차전을 벌여 실력을 겨루는 내용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결국 이야기보다 야리야리한 소녀들이 육중한 탱크를 몰며 전차전을 벌이는, 미소녀와 밀리터리 팬들을 위해 볼거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히 전차에 관심 있는 것만으로는 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다. TV 시리즈에 소개된 배경 이야기와 독특한 세계관을 알지 못하면 왜 여고생들이 탱크를 몰며 격돌을 하고 각각의 캐릭터에 어떤 사연과 매력이 있는..

카이트 (블루레이)

우메츠 야스오미 감독의 '카이트'(A Kite, 1998년)는 적나라한 정사 장면과 격렬한 하드고어 액션이 결합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아예 기획단계부터 영화나 TV물이 아닌 19금 성인용 비디오물(OVA)을 표방하고 나온 작품이다. 내용은 부모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여고생 사와가 살인청부업자로 일하면서 부모의 원수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또래 소년이 동료로 가담하면서 피가 튀는 살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강렬한 정사 장면과 폭렬 장면이 눈길을 끈다. 사와를 이용하는 무리들이 벌이는 정사 장면은 음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적나라하다. 성기 노출은 물론이고 직접적인 성행위를 여과 없이 묘사했다. 그 바람에 일본 이외 지역에서 출시된 애니메이션은 정사 장면을 드러낸 인터내셔널 버전으로..

메트로폴리스(블루레이)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1927년에 발표한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여기에 음악이 들어가면 가치가 더 빛난다. 1984년 유명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가 음악을 덧입힌 버전은 프레디 머큐리, 보니 테일러 등 유명 가수들이 부른 주옥같은 노래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영화를 새롭게 만들었다. 조르지오 모로더 버전의 사운드트랙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한 음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2001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프리츠 랑의 무성영화를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동명 만화다. '우주소년 아톰'으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원형을 이 작품에서 제시했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블루레이)

1980년대 학창 시절에 즐겨 보던 만화책이 있다. 성심도서라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에서 낸 '신 루팡 3세'라는 시리즈 만화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해적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악한 인쇄의 이 만화는 일본 만화가 몽키 펀치가 그린 '루팡 3세'를 번역해 그대로 출간한 시리즈였다. 각 권마다 여러 개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만화책이 인기였던 것은 꽤 야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루팡 3세는 여자를 엄청 밝히는 호색한이어서 온갖 여자들과 가리지 않고 잠자리를 갖는다. 거기에 난폭하고 잔인한 액션, 말이 되지 않지만 황당하고 기발한 도주와 절도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머까지 만화책이 줄 수 있는 온갖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1960, 70년대 소설책처럼 세로쓰기여서 읽기 불편..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블루레이)

나가이 다츠유키 감독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心が叫びたがってるんだ, 2015년)는 말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다룬 아픔과 치유의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인 나루세 준은 어린 시절 무심코 목격한 일을 이야기했다가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면서 "네가 한 말 때문에 이렇게 돼 버렸다"며 어린 딸을 책망한다. 결국 나루세 준은 그 일이 상처가 돼서 이후 입을 다물어 버린다. 오히려 말을 하면 배가 아픈 심인성 질환을 앓게 된다. 그런 그에게 담임 선생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뮤지컬을 만드는 일을 맡긴다. 언뜻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며 나루세 준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나가이 다츠유키 감독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말 때문에 상처받는 일을 섬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