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니 뎁 19

론 레인저(블루레이)

어려서 TV로 본 만화영화 중에 기억나는 작품이 두 편 있다. 하나는 1970년대 흑백 TV 시절에 꽤 인기 있던 '서부 소년 차돌이'였고, 하나는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며 방영된 '론 레인저'였다. 쾌걸 조로처럼 복면을 한 주인공이 흰 말을 타고 다니며 벌이는 모험이 인상적인 만화영화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귀에 익은 '윌리엄 텔' 서곡을 변주한 멜로디가 흥겨웠다. 원래 론 레인저는 1933년 미국의 WXYZ 라디오 방송으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TV 시리즈, 만화영화, 장편 극영화, 그래픽 노블 등으로 숱하게 제작됐다. 그로부터 원작 탄생 80주년이 되는 시점에 실사 영화로 다스 등장한 작품이 고어 버빈스키(Gore Verbinski) 감독의 '론 레인저'(The Lone Ranger, 2013년)..

가위손(블루레이)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은 면도날을 든 이발사로 두 편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 편은 어두운 영국을 배경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잔혹 뮤지컬 '스위니 토드'이고, 한 편은 이루어질 수 없는 순애보를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년)이다. 내용은 양손에 가위 날이 잔뜩 달린 사람을 닮은 로봇인 '가위손' 에드워드(조니 뎁 Johnny Depp)가 그림처럼 예쁜 마을에서 사람들과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가위손은 사람들과 살며 마을의 정원수는 물론이고 강아지와 사람의 미용까지 절묘한 솜씨로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게 바꿔 놓는다. 사람들은 그런 가위손의 신묘한 솜씨를 찬양하지만 어느 순간 가위손이 유괴범의 누..

21 점프 스트리트(4K 블루레이)

필 로드(Phil Lord)와 크리스 밀러(Christopher Miller)가 공동 감독한 '21 점프 스트리트'(21 Jump Street, 2012년)는 1980년대에 인기를 끈 미국 TV 시리즈를 다시 만든 영화다. 1987년부터 1991년까지 5시즌 동안 방영된 이 시리즈는 범죄 수사를 위해 미국 고등학교에 학생으로 위장해 잠입한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유명 배우들이 젊은 시절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니 뎁(Johnny Depp)이다. 그는 신인 시절 이 시리즈에 주인공인 잠입 경찰로 출연했다. 조니 뎁 뿐만 아니라 브래드 피트(Brad Pitt) 등도 잠깐 출연하는 등 여러 배우들이 이 시리즈를 무명 시절에 거쳐갔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는 추억어린 작품이..

나인스 게이트(블루레이)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나인스 게이트'(The Ninth Gate, 1999년)는 이름값을 못하는 영화다. 명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유명한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그리고 똑 부러지는 연기를 하는 조니 뎁(Johnny Depp)까지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은 평범하고 촬영 또한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별로 없다. 조니 뎁 또한 엉성한 구성 속에 떠내려가는 뗏목처럼 소모돼 버렸다. 다리우스 콘지와 조니 뎁을 데리고 왜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난해한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을 들 수 있다. 원작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U..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블루레이)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en Tell No Tales, 2017년)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해적 영화의 낭만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적 영화들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보물섬'의 DNA를 갖고 있다. 해적들이 어딘가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사악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이라는 기본 구조다. 즉, 로또처럼 사람들의 물욕을 자극하는 일확천금의 꿈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여기에 아름다운 여인과 아크로바틱, 슬랩스틱이 가미된 액션과 웃음으로 사람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해적 영화는 별다른 줄거리 없이도 언제나 유쾌하고 흥겹다. 그만큼 본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