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굿맨 9

브루스 브라더스 2000 (블루레이)

원래 외래어 표기법대로라면 이 영화는 '블루스 브라더스 2000'(Blues Brothers 2000, 1998년)이 맞는데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 제목은 '브루스 브라더스 2000'으로 돼 있다. 전작도 타이틀 제목이 '브루스 브라더스'로 돼 있어거 맞추기 위한 조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하다. 희한한 것은 영화 본편에 들어있는 한글자막에는 '블루스 브라더스 2000'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타이틀 제목과 본편 자막 제목이 다르니, 일관성이 없다. 영화는 전편만큼 요란하고 장난끼 가득하지는 않지만 전편의 인기를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전편의 아우라와 파괴적인 장난끼에는 미치지 못하며, 만화같은 황당한 설정이 오히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끈적끈적한 블루스 음악..

아리조나 유괴사건 (블루레이)

1984년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특이한 소재로 허를 찌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두 번째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1987년)도 마찬가지.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아이가 많은 집에서 아기를 유괴해 키우는 이야기다. 부부의 조합도 특이하다. 어수룩한 전과자가 남편(니콜라스 케이지)이고, 전직 경찰이 부인(홀리 헌터)이다. 여기에 탈옥한 남편의 친구가 찾아오고 수류탄으로 무장한 현상금 사냥꾼이 아기를 잃은 부모를 대신해 추적에 나서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언뜻보면 무시무시하고 심각할 것 같지만 내용은 요절복통 코미디로 흐른다. 아기를 유괴하는 과정이나 아기를 위해 강도짓을 할 때, 탈옥한 죄수 및 현상금 사냥꾼과 싸울 때도 뜻하지 않은..

아티스트 (블루레이)

시대의 변화는 흥한 자와 망한 자를 낳는다. 화약은 총과 포를 부르며 칼의 시대를 접었고, 인터넷과 컴퓨터로 대표되는 디지털의 등장은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 산물인 인쇄매체의 후퇴를 불렀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1927년 알 졸슨이 주연한 최초의 토키영화인 '재즈싱어'는 순식간에 무성영화의 몰락을 가져 왔다. 미셀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The Artist, 2011년)는 바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던 1920년대 후반 한 스타의 이야기를 다뤘다. 더글라스 페어뱅크스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조지(장 뒤자르댕)는 무성영화만 고집하다가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유성영화 시대에 스타로 떠오른 신인 여배우 페피(베레니스 베조)다. 결국..

바톤 핑크 (블루레이)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년)는 공간과 소리가 주는 긴장감이 일품인 영화다. 조엘 코엔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이 제작한 이 작품은 뉴욕에서 잘 나가는 극작가 바톤 핑크(존 터투로)가 할리우드에 초빙돼 영화 대본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핑크가 흥행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입맞에 맞춘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얘기다. 결국 날이면 날마다 파지만 만드는 핑크는 창작의 괴로움에 모기 소리에도 반응할 만큼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공간이 주는 긴장감은 압권이다. 핑크가 머무는 LA 호텔은 성채를 연상시키는 긴 복도와 수상한 옆방 손님, 알 수 없는 작은 소음들과 방에 걸린 해변의 여인 그림, 천천히 미끄러지듯 일어나는 벽지 등이 어우러져 주인공은 물론이고 관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