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톰 크루즈 29

리젠드 (블루레이)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국내 블루레이 출시 제목은 '리젠드'(Legend, 1985년)이다. 그런데 이 제목보다는 우리 입에 익숙한 '레전드'가 더 자연스럽다. 내용은 판타지 세계에서 순수의 상징인 유니콘을 악마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요정의 이야기다. 당시로서는 앳된 얼굴의 톰 크루즈가 요정 역할을 맡았고 10대 소녀의 풋풋한 느낌을 갖고 있는 미아 사라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은 대배우가 된 톰 크루즈의 신인 시절 모습이다. '탑건' 출연 이전 그의 모습은 소년 티가 가시지 않아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오래된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당초 공포물에 가까운 판타지를 생각했던 리들리 스코트 감독은 꽤 큰 규모의 숲 세트를 만들어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나오는 장소가..

파 앤드 어웨이(블루레이)

론 하워드 감독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1992년)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미국 정착기를 다루고 있다.1890년대 가난한 아일랜드에서 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이민자들이 오클라호마의 땅을 차지해 정착하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톰 크루즈와 실제 부부였던 니컬 키드먼이 연인으로 등장해 아일랜드 이민자를 연기했다. 영화는 톰 크루즈가 맨 주먹 하나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오클라호마의 땅을 차지하는 과정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과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답게 서민 영웅의 뒤에 숨겨진 아픈 역사는 애써 이야기 하지 않는다. 땅따먹기식 개발 붐으로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오클라호마에서 서부와 북부로 쫓겨나 몰이사냥을 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 에단 헌트는 후디니를 닮았다. 위대한 마술사였던 후디니는 불가능에 가까운 극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마술로 사람들을 사로 잡았다. 후디니는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깨며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마술의 신으로 군림했다. 에단 헌트도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며 이를 즐기는 후디니 같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만든 '미션 임파서블이번 시리즈도 예외가 아니다. 전작들에서 상하이의 높은 빌딩에서 뛰어 내리고 브루즈 칼리파 건물을 맨 몸으로 기어 오르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비밀 정보를 빼내기 위해 거대한 수조에 산소통 없이 뛰어들어 목숨을 건 작전을 펼친다. 그런가 하면 활주로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에 맨 몸으로 매달려 아찔한 장면을 보여 준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서는 고속으..

영화 2015.08.08

뉴질랜드 남섬-와나카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이라는 책을 보면 '곡즉전'(曲則全)이라는 글이 있다. '굽이굽이 에돌아가는 길은 더디지만 정다운 길이다. 산천을 벗 삼고 가는 길이다. 생명을 다치게 하지 않는 살림의 질서다.'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에서 와나카를 가다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와나카는 퀸스타운에서 북쪽으로 70km 남짓 떨어져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퀸스타운에서 직행 버스를 타면 1시간 10여분 가량 걸린다. 이유는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길을 구불 구불 냈기 때문이다. 방목을 하는 낙농가가 많다 보니 그들의 사유지인 목초지를 보호하려는 또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곡즉전'처럼 생긴 그대로를 지키려는 자연의 미학을 길에서 느낄 수 있다. 와나카는 작은 퀸스타운 같은 마을이다. 퀸스타운이..

여행 2014.11.06

오블리비언 (블루레이)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 , 2013년)은 볼거리로 승부를 거는 영화다. 감독이 직접 입안한 훌륭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영화의 컨셉을 잡고, 이를 토대로 그래픽노블까지 만들었다. 구름 위로 우뚝솟은 등대처럼 외로이 떠있는 스카이타워와 헬기를 연상케 하는 버블십, 미래의 오토바이 등 감독의 메카닉 디자인은 그만큼 시각적으로 훌륭하다. 여기에 광활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과 하와이 화산지대에서 찍은 영상은 자연 그대로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와이드한 영상을 잘 살린 이 작품은 블루레이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SF영화들과 비슷한 이야기의 기시감과 단선적인 줄거리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핵 전쟁 이후 멸망한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