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황정민 23

너는 내운명

역시 실화의 힘은 강하다. 아무리 뛰어나게 이야기를 지어내도 실화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운명은 더 할 수 없이 가변적이며 예측불가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2005년)이 절절한 감동으로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운명의 힘, 즉 실화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의 노총각 석중(황정민)이 촌다방에 흘러든 차 따르는 아가씨 은하(전도연)에게 첫눈에 반한다. 왜 반했는지 따질 필요는 없다. 그게 운명이니까. 화선지에 물이 스며들듯 오랜 시간 조심스럽게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이 여인에게 닥친 에이즈라는 천형 때문에 비틀리는 것 또한 운명이다. 그 여인을 못내 놓지 못해 음독까지 마다하지..

황정민-"Honeyed Question" (영화 '달콤한 인생' OST)

"이 노래는 어떻게 부르게 됐죠?" "음악감독들하고 술 먹다가 하게 됐어요. 아마 술 김에 그래, 그래, 그랬을 거야."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은 노래를 부른 이유를 술 탓으로 돌렸다. 몹시 쑥스럽다는 듯. 그런데 노래를 들어보면 쑥스러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워낙 맛깔스럽게 불렀으니까. 그가 부른 'Honeyed Question'은 정작 영화에서는 들을 수 없다. 별도로 발매된 '달콤한 인생' OST 음반에만 수록돼 있으며 DVD 타이틀의 2번째 부록 디스크에 들어 있다. 영화 속에서 더없이 비열한 악당 백사장을 너무도 훌륭하게 연기한 황정민은 쓸쓸한 목소리로 누아르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멋지게 불렀다. 오히려 양파가 부른 주제가보다 이 곡이 더 좋다. 라틴풍 ..

달콤한 인생 (감독판)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년)은 누아르를 표방한 액션물이다. 그러나 사나이의 우수가 짙게 깔린 멋이 있는 정통 프랑스 누아르보다는 암흑세계의 조폭들이 풍기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홍콩 누아르에 가깝다. 전작인 '장화, 홍련'처럼 미술과 촬영에 공을 들여 영상이 수려하다. 아울러 달파란, 장영규 등이 참여한 음악도 좋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극장판과 달리 일부 영상이 수정됐다. 김 감독이 좀 더 스피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극장판의 일부 장면을 드러내고 새로운 영상을 집어넣었으며 음악도 더 추가했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이 바뀐 것이 아니어서 극장판과 큰 차이가 없다. 화질은 아쉬움이 남는다. 윤곽선이 두텁고 원경, 중경은 또렷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