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히치콕 16

이창(4K 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명작 '이창'(Rear Window, 1954년)을 보면 아파트가 감옥 같다. 각각의 독립된 가구는 거대한 교소도의 감방처럼 보이며 이들을 지켜보는 제임스 스튜어트는 간수같다. 히치콕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산물인 아파트를 소재로 공포스런 밀실 스릴러를 만들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은 커다란 건물에 함께 살지만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현대인의 무관심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이웃집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을 다뤘다. 정작 옆집에서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아무도 모르다가, 개가 죽어 비명을 지른 여인 때문에 모든 사람이 뛰쳐나와 관심을 기울이는 장면으로 히치콕은 현대인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이러고도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여인의 외침이 이를 단적..

현기증(4K 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Vertigo, 1958년)은 개봉 당시 관객이나 평단의 반응이 시큰둥했다.유령 이야기를 들이대면서 너무 미적지근한 스토리로 흘렀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복잡다단한 심리적 갈등을 다룬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걸작으로 재조명됐다.내용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형사를 그만둔 주인공(제임스 스튜어트)이 유령에게 홀린 것으로 의심되는 친구의 부인(킴 노박)을 미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고소공포증은 단순 증세를 떠나 이야기 전개상 아주 중요한 소재이다.형사가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은 사건을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이자 사건 전개의 발단이 된다. 원작은 피에르 부알로와 토마스 나르스작이 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라는 소설이다.히치콕 감독은 원작의 줄..

새(4K 블루레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존재에 이만큼 강한 공포감을 불어넣은 영화도 드물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새'(The Birds, 1963년)는 어느날 느닷없이 인간을 공격하는 새떼를 다룬 이야기다. 다프네 드 모리에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원작처럼 왜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지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저 새들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맹목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고 온 도시를 뒤덮는다. 새떼가 사람을 습격해 눈을 파먹고, 나무 문을 뚫는 장면은 공포 그 자체다. 이를 위해 히치콕 감독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공포를 시각화했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히치콕은 순전히 아날로그 기술로 공포를 창조했다. 소듐조명을 이용한 매트프린팅 기법..

추천 DVD / 블루레이 2020.10.04 (2)

싸이코(4K 블루레이)

영화 사상 걸작 공포물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작품이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싸이코'(Psycho, 1960년)다. 다중 인격의 젊은이가 벌이는 살인 행각을 다룬 이 작품은 공포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미스테리물의 궁금증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관객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잔혹한 장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포감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점이 놀랍다. 이를 위해 히치콕은 행위 직전에 커트를 넘겨 칼에 찔리는 잔혹한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교묘한 방법으로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검열의 잣대도 피해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공포는 관객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셈이다. 히치콕이 참 영리한 감독이라는 것을 재삼 느낄 수 있다. ..

추천 DVD / 블루레이 2020.10.02 (8)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똑같은 영화를 두 번 만든 적이 있다. 그 작품이 바로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년)이다. 1934년 영국에서 흑백영화로 처음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다. 원래 히치콕은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것을 싫어해 다시 만들 생각이 없었으나 파라마운트와 1편의 영화를 더 제작해야 하는 계약이 남아 있어서 고심 끝에 이 작품을 컬러로 다시 만들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동일하지만 캐릭터가 약간 바뀌었고 여기 맞춰 내용도 소폭 달라졌다. 이야기는 우연히 모로코로 휴가를 떠난 의사 부부가 뜻하지 않은 국제암살단의 음모에 휘말리는 내용. 30년대 영화에서 강렬했던 악당은 약간 움츠러들었고, 바람기 많은 주인공의 아내는 얌전하면서도 강인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