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SF 25

리딕 (블루레이)

데이빗 토히 감독의 '리딕 시리즈' 3부작 가운데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리딕'(Riddick, 2013년)에서 특별한 감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에이리언을 연상케 하는 우주 괴물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범죄의 요소'를 보는 듯한 황갈색 영상은 시종일관 어설픈 짝퉁을 보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게 근육질 배우인 빈 디젤의 화끈한 액션인데 그의 주력 작품인 '분노의 질주'나 '트리플 엑스'에 비하면 그의 활약이 많지 않아서 싱거운 느낌이 든다. 내용은 괴물들이 득시글 거리는 행성에 홀로 남게 된 리딕이 괴물과 자신을 쫓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물리치고 귀환하는 이야기다. 시리즈의 전작들을 본 사람들은 점점 더 강도높은 액션을 원할텐데 그렇지 못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시리즈를..

스캐너 다클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 2006년)는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이다. 즉, 실사로 촬영한 영상 위에 애니메이터들이 그림을 덧입히는 방법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움직임이 실사 영화처럼 자연스러운 점이 장점이지만, 실사 영화를 찍어서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쳐야 하므로 두 번의 손이 가는 만큼 오래 걸린다. 감독의 전작인 '웨이킹 라이프'가 같은 방법으로 제작됐는데, 그때 재미있게 봐서 이 작품도 보게 됐다. 원작은 유명한 SF소설가인 필립 K 딕의 동명소설. 근 미래의 사회에서 사람의 두뇌를 파괴하는 마약을 쫓는 수사관과 마약 중독자들의 이야기다. 마약 중독 상태에서 환각을 보는 상황을 아주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필..

오블리비언 (블루레이)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 , 2013년)은 볼거리로 승부를 거는 영화다. 감독이 직접 입안한 훌륭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영화의 컨셉을 잡고, 이를 토대로 그래픽노블까지 만들었다. 구름 위로 우뚝솟은 등대처럼 외로이 떠있는 스카이타워와 헬기를 연상케 하는 버블십, 미래의 오토바이 등 감독의 메카닉 디자인은 그만큼 시각적으로 훌륭하다. 여기에 광활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과 하와이 화산지대에서 찍은 영상은 자연 그대로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와이드한 영상을 잘 살린 이 작품은 블루레이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SF영화들과 비슷한 이야기의 기시감과 단선적인 줄거리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핵 전쟁 이후 멸망한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는 지, 반대로 그가 느낀 부담이 좋지 않게 작용했는 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봉 감독이 새로 내놓은 영화 '설국열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살인의 추억'을 필두로 '괴물' '마더' 등 일련의 작품들이 나름 기대를 충족시켰기에 이 작품 역시 기대가 컸는데, 기대치를 너무 높였던 모양이다. 내용은 지구에 한파가 몰아쳐 빙하기를 맞은 뒤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재산 규모에 따라 앞 칸은 돈 많은 사람들이 차지해 쾌적한 생활을 하고, 소위 꼬리로 불리는 뒷 칸은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터다. 결국 빈자들은 열악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앞 칸으로 쳐들어가려는 반란을 모의한다. 그때부터 열차는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병사를 실은 전투열차가 돼버린다. 달리는 열..

영화 2013.08.04

여인의 음모 (블루레이)

지금도 이 영화 제목이 국내에서는 왜 '여인의 음모'인 지 모르겠다. 브라질이라는 원제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제목이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여인의 음모'(Brazil, 1985년)는 암울한 근 미래를 다룬 SF영화다. 세상은 '1984'의 빅 브라더 같은 권력이 장악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사람들은 공권력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정부 권력의 핵심인 정보부에 근무하는 주인공은 부조리한 현실을 깨닫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도피를 꿈꾼다. 영화가 그리는 세상은 암울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언뜻보면 영화 속 미래는 과학기술이 발달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약간씩 어긋나있다. 엘리베이터는 중간에 멈추고 에어컨이 고장나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된다. 압권은 파리를 쫓다가 이름이 잘못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