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전체 글 2635

원더우먼: 4K 블루레이

원더우먼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린다 카터다.초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TV 시리즈 '원더우먼'에서 봤던 린다 카터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인이었다. 1972년 미스월드 USA 1위였던 그는 활짝 웃는 미소가 일품인 용모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원더우먼 팬들을 사로잡았다.훗날 컬러 TV 시대에 다시 방영된 원더우먼은 한술 더 떠 컬러풀한 의상까지 과시했다. 워낙 린다 카터의 용모가 뛰어나서 원더우먼을 실사로 만든다면 과연 그만한 배우가 있을까 싶었다.그런데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Wonder Woman, 2017년)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원더우먼을 연기한 갤 가돗은 미모를 앞세운 TV 시리즈와 달리 힘과 화려한 액션을 더했다.미모는 사람에 따라 린다 카터만 못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컴퓨..

문영: 블루레이

김소연 감독의 '문영'(2015년)은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여고생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어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날마다 술에 취해 거친 언사를 내뱉는 아버지와 살아가는 여고생 문영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피곤한 나날이다. 그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캠코더로 지나가는 사람을 찍는 것. 하루 종일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다가 우연히 다투는 남녀를 촬영하면서 뜻하지 않게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연상의 여인과 문영의 묘한 우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캠코더 소녀 문영이 왜 하루 종일 촬영에 몰두하는지를 밝히는 수수께끼와 연상의 여인이 안고 있는 비밀을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는 흥미로워 보이는 소재를 힘 있게 풀어내지 못했다. 문영의 내부에 고여있는 아픔과 상처도 깊이 있게 다루..

네이키드 런치: 블루레이

기괴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 1991년)는 그의 전작인 '플라이'처럼 충격적인 영상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1950년대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소설가 윌리엄 버로우즈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마약, 동성애, 살인 등 금기시된 소재를 기이한 영상으로 비틀어서 표현했다. 감독은 검열을 피해서 순화시켰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하면 속이 거북한 그림 투성이다. 여기에 여성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볼 만큼 별난 철학을 가진 버로우즈의 세계관이 결합돼 난해한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평단은 이 작품을 1991년의 대표작으로 추켜올리며 열광했다. 기존 영미문학과 다른 실험적 글쓰기와 소재의 차별성 ..

범죄도시: 블루레이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2017년)는 날 것 그대로의 화끈한 액션으로 승부를 거는 범죄 영화다.가리봉동의 상인들을 위협하는 악랄한 중국의 조선족 범죄조직을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일망타진하는 얘기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실화다.가리봉동의 차이나타운에서 2004년 5월 발생한 왕건이파 사건과 2007년 4월 흑사파 사건을 섞어서 영화로 만들었다. 왕건이파 사건은 연변 출신의 조선족들이 조직을 만들어 범죄를 벌이다가 14명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당시 이들은 두목인 왕건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흑사파 사건은 연변 출신의 밀입국자와 불법 체류자들이 폭력 조직을 만들어 가리봉동을 장악했던 흑룡강파를 제압하고 상인들을 위협하다가 32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됐다.문제는 이렇게 체포된 폭력배들이 강..

와니와 준하: 블루레이

김용균 감독의 '와니와 준하'(2001년)는 동성애, 이복 남매간에 사랑, 혼전 동거 등 지금 봐도 쉽게 다루기 힘든 소재들을 다룬 영화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니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꽤 민감한 이야기들을 감성적으로 건드린 앞서간 영화이자 금기에 도전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은근슬쩍 묻어두는 스타일이다. 즉 분위기와 정황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전할 뿐 보기에 부담스러운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기본 뼈대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와니(김희선)와 시나리오 작가인 준하(주진모)의 사랑 이야기다. 다만 와니를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들이 범상치 않다 보니 민감한 이야기들이 에피소드처럼 섞여 들었다. 언뜻 보면 이복 남매간 사랑 이야기는 강신재의 단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