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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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엔딩 스토리(블루레이)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 1984년) 제작을 위해 만난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과 원작자인 소설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특전 유보트'로 대박을 친 페터젠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의 대작 영화를 꿈꿨다. 반면 미하엘 엔데는 원작 소설의 구성을 그대로 지키기를 원했다.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 때문에 사라져 가는 상상과 꿈의 세계를 아이들의 동심으로 회복하는 원작의 정신이 바뀌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자와 페터젠 감독은 방대한 원작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국제적으로 통할 만한 블록버스터급의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있어야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페테전 감독과 엔데는 크게 싸워 영화가..

올모스트 훼이모스(4K)

끊임없이 지글거리며 튀는 판, 그럼에도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며 세운상가로, 청계천으로 백판을 찾아 헤매던 1970~80년대 추억을 갖고 있다면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올모스트 훼이모스'(Almost Famous, 2000년)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이 영화는 록 밴드의 순회공연을 쫓아다니며 이를 기사화하려는 아마추어 프리랜서 리포터의 이야기다. 실제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 한때 열광했던 밴드들의 이름이 나오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주인공이 그랬듯, 록의 저항과 자유정신을 찾아 음악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록 밴드의 모습이 무대 위 모습처럼 무조건 멋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는 광팬을 자처하며 '그루피'로 ..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4K)

영웅이 돌아왔다. 3편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년) 이후 19년 만이다. 흐른 세월만큼 영웅도 늙었다. 여전히 폼나게 중절모를 쓰고 채찍을 휘두르지만 장애물을 뛰어넘고 몸을 굴리는 모습이 예전처럼 날렵하지 않다.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의 나이가 개봉 당시 65세였으니 무리도 아니다. 이럴 것 같았으면 차라리 아니 돌아왔어도 좋았으리라. 그래서 그랬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은 4편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8년) 제작을 그렇게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해리슨 포드와 각본 작업에 참가한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의 설득..

아키라(4K)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 1988년)를 처음 본 것은 대학 때 복제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였다. 화질도 안 좋고 번역도 돼있지 않았던 터라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기말의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분위기와 충격적인 영상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랬기에 DVD가 등장한 이후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영어자막으로 된 미국판 DVD 타이틀을 주저 없이 주문했고 다시 한글 자막이 들어간 국내판 DVD도 구입했다. 이번에 블루레이까지 국내에 정식 출시돼 반갑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적인 그림 때문이다. 이 작품은 무조건 색을 많이 써서 부드럽고 둥글둥글하게 표현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아톰, 마징가제트처럼 다리가 길고 머..

1917(4K)

1917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분기점이 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 해다. 미국의 참전과 러시아의 이탈이다. 중립을 견지하며 방관하던 미국은 독일이 유보트를 앞세운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1915년에 루시타니아호를 침몰시키자 이를 빌미로 전쟁에 개입해 연합국에 군수물자를 대량 지원하다가 1917년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강대국인 미국의 참전은 좀처럼 기울지 않던 전쟁의 균형추를 대번에 영국과 프랑스 등 연합국 쪽으로 기울게 했고 이듬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동맹국이 항복하게 만들었다. 반면 러시아의 이탈은 좀 더 빨리 끝날 수 있었던 전쟁을 1918년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1917년 2월에 일어난 사회주의 혁명으로 케렌스키 정부가 들어서며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퇴위했다. 이후 혼란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