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2 12

펀치 드렁크 러브(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중에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2002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싸이키델릭한 영상,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코미디언으로만 인식했던 아담 샌들러를 다시 보게 만든 영화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독특하다. 그는 자신을 놀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와 공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성향들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벽을 만든다. 특히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장애가 된다. 오죽했으면 주인공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폰섹스 서비스에 전화를 건다. 그런..

어페어 투 리멤버(블루레이)

리오 맥캐리 감독의 '어페어 투 리멤버'(An Affair To Remember, 1957년)는 미국인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가장 사랑받는 순애보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두 번이나 리메이크됐고 아예 이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제작된 영화가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영화가 미국인들, 그것도 미국 여성들 사이에 얼마나 인기 있는 작품인지 가늠할 수 있다. 원래 이 작품은 맥캐리 감독이 1939년에 아이린 던과 찰스 보이어를 주연배우로 삼아 '러브 어페어'라는 제목으로 처음 만들었다. 워낙 이 작품에 애착을 갖고 있었던 그는 이 작품을 제목을 바꿔 다시 만들었다. 제목을 바꾼 이유는 원제목이 상표 등록된 바람에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우연히 유럽행 유람선에서 만난 두 남녀가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블루레이)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en Tell No Tales, 2017년)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해적 영화의 낭만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적 영화들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보물섬'의 DNA를 갖고 있다. 해적들이 어딘가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사악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이라는 기본 구조다. 즉, 로또처럼 사람들의 물욕을 자극하는 일확천금의 꿈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여기에 아름다운 여인과 아크로바틱, 슬랩스틱이 가미된 액션과 웃음으로 사람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해적 영화는 별다른 줄거리 없이도 언제나 유쾌하고 흥겹다. 그만큼 본능에..

히트맨 에이전트47(블루레이)

'히트맨' 시리즈도 '어쌔신 크리드'나 '툼 레이더'처럼 게임에 기반을 둔 영화들이다. 어쌔신 크리드와 마찬가지로 암살자를 다룬 영화인데, 어쌔신 크리드가 타고난 능력을 개발한 과거 역사 속 암살자를 다뤘다면 이 작품은 유전자 조작으로 뛰어난 능력을 개발한 현대 및 미래의 암살자를 소재로 삼았다. 알렉산더 바흐 감독의 '히트맨 에이전트 47'(Hitman: Agent 47, 2015년)은 히트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악당들에게 쫓기는 여성을 보호하는 암살자 에이전트 47이 여인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면서 악당들을 처치하는 내용이다. 어차피 이 작품은 이야기보다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즉 이야기의 개연성보다 슈퍼 히어로물처럼 캐릭터의 초인적인 활약상을 얼마나 근사하게 보여주느냐로 승부를 걸었..

더 그레이(블루레이)

조 카나한 감독의 '더 그레이'(The Grey, 2012년)는 자연이 주는 공포, 특히 야생의 공포를 생생하게 잘 다룬 재난 영화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적이 주는 공포와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이 일품이다. 내용은 눈폭풍을 만나 설원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7명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영하 수십 도로 떨어지는 혹한도 끔찍한데 이들의 뒤를 굶주린 늑대 무리까지 따른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늑대들은 우두머리의 지휘에 따라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사냥한다. 남은 사람들은 필사의 몸부림으로 달아나지만 엄청난 추위와 인적 없는 숲 등 자연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 영화가 뛰어난 것은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를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잘 묘사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