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감시자들 (블루레이)

울프팩 2014. 2. 24. 18:19

조의석, 김병서 감독이 공동연출한 '감시자들'(2013년)은 철저한 허구를 바탕으로 한다.
홍콩의 유내해 감독이 만든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무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겼다.

촘촘히 깔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서울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며 기억력이 좋은 경찰들이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범죄 용의자들을 하루 종일 미행하는 경찰 특수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치 우주관제센터 같은 감시반 풍경이 보기에는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모두 가짜다.

경찰에는 실제 이런 조직이 없다.
더러 경찰청 본청 산하의 범죄정보과를 유사조직으로 언급하지만 역할과 기능이 영화와 전혀 다르다.

조현오 전 청장이 2011년 신설한 범죄정보과는 굵직한 정치, 경제계 정보를 내사해 범죄 사실이 발견되면 관련 수사팀에 이첩한다.
명분은 그럴듯 해보이지만 이는 정치적 산물이다.

신설 당시 경찰은 검찰과 수사권 독립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검찰 지휘가 없으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검찰의 반대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 같은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하지만 서둘러 만들다보니 지금도 경찰의 정식 직제는 아닌 일종의 TF처럼 편성됐다.

범죄정보과의 최대 수확은 내사를  통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낙마시킨 일이다.
당시 건설업자 윤 모씨의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던 범죄정보과는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와중에 김 전 차관 연루설이 불거지면서 낙마로 이어졌다.

이처럼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는 조직이다보니 지금도 존립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범죄정보과는 경찰 내 일종의 별동대 같은 조직이지만 영화처럼 하루 종일 미행만 전담하는 조직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허구인 만큼 영화는 SF 같은 재미가 있다.
'도둑들'이나 '더 테러 라이브'처럼 리얼리티를 완전 배제한 체 오로지 극적 재미만 추구했기 때문.

감시반원들과 범죄자들이 벌이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할리우드 액션처럼 아귀가 착착 맞아 떨어지는 매끄럽게 넘어간다.
그만큼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 카메라 움직임이 긴장감 넘친다.

하지만 액션은 화려하나 속이 빈 대나무처럼 내용은 공허하다.
정우성을 비롯한 구두방 비밀조직 등 범죄자들의 정체나 도대체 이들이 무엇을 위해 사생결단 싸움을 벌이는 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실적인 이야기에 기반을 둔 작품이 아니다 보니 영화를 윤택하게 하는 캐릭터 설명보다는 오로지 볼거리에 치중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서울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부감으로 훑은 도시의 모습과 정우성 한효주 설경구의 연기가 볼 만 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인물의 피부 톤 등을 뽀얗게 강조하며 의도적으로 손을 본 소프트한 영상이 깔끔하게 구현됐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고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2장의 블루레이 디스크에 나눠 수록된 2편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액션촬영, 시사회 풍경, 삭제장면, 인터뷰, 미술과 무술 스턴트 등의 부록은 모두 HD 영상으로 수록됐고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도시를 내려다보며 범죄를 지휘하는 인물의 특성상 전지적 작가시점 같은 부감샷이 자주 나온다. 도시를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부감샷은 돈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흔히 보이지만 우리 영화에서는 드물었다.
총으로 무장하고 가면을 뒤집어 쓴채 은행을 터는 장면은 미국영화 '폭풍속으로'를 닮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미국영화를 많이 흉내냈다. 기업은행 신사동 지점서 촬영.
테헤란로에서 경찰차의 추격을 트럭으로 막는 장면은 일반 차량들이 섞인 채 촬영을 했단다.
수십 대의 모니터가 빛나는 감시반 풍경은 세트다. 배우들은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 빈 모니터를 보며 촬영했고, 나중에 컴퓨터그래픽으로 모니터 내용을 입혔다.
범죄 지시를 받는 구둣방도 세트다. 한효주와 김병옥은 눈빛을 바꾸기 위해 콘택트렌즈를 끼고 촬영했는데, 김병옥은 렌즈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결막염에 걸려 고생했단다.
촬영감독 출신인 김병서 감독이 2011년 원작인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고, 조의석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촬영은 김 감독이 맡았다.
범인들과 경찰이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설 명절 때 텅 빈 서소문 아현고가도로에서 촬영. 드론에 카메라를 매달아 플라잉캠 촬영을 했는데, 비행제한구역인 4대문 안의 고도제한을 어겨 제작자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청계천 풍경도 플라잉캠과 핸드헬드 등 다양하게 찍었다. 촬영을 맡은 김 감독은 홍콩영화를 좋아했다.
한효주가 감시반에 새로 투입된 비상한 기억력과 관찰력을 가진 여경으로 등장.
지하철 장면은 남양주 야외촬영소에 만든 세트다. 이 영화는 지하철과 CCTV, 복잡한 도로 등 대도시인 서울의 특징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폐지하철 구간은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실제 신설동 구 역사의 폐선로구간에서 촬영.
막판 총격전은 신정차량기지에서 촬영. 조 감독은 대본을 쓸때부터 설경구를 황 반장 역으로 고려했다.
대전 현충원의 경찰관 묘역에서 촬영. 조 감독 설명에 따르면 이 곳에서 영화를 찍은 것은 처음이란다.
홍콩 원작영화에서 황 반장 역으로 나온 임달화가 깜짝 출연.
감시자들(2디스크)
조의석 감독/설경구 출연/정우성 출연/한효주 출연
감시자들 : 블루레이 (2Disc)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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