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년)는 참으로 독특한 서부극이다.
실화를 소재로 다룬 이 작품은 은행을 터는 악당이면서도 결코 밉지 않은 주인공들이 등장해 웃음과 안타까움, 통쾌함을 선사한다.
버디물이자, 안티 히어로물이면서 서부극판 느와르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비슷하다.
두 작품 모두 반전과 평화를 외치던 히피 정신이 미국 사회를 휘젓던 무렵에 제작됐다.
그만큼 영화에는 반항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시절 TV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황금콤비가 빚어내는 완벽한 연기, BJ 토머스의 더 할 수 없이 흥겨운 주제가 등 모든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명화다.
2장짜리 디스크로 새로 출시된 특별판 DVD는 화질을 보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잡티도 많고 색상도 번지는 등 여러 모로 안타깝다.
30년이 넘은 작품이니 그러려니 하고 봐야할 듯.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한다.
부록 중에는 우리말 자막이 수록된 감독 음성해설이 들어볼만 하고 실존 인물이었던 선댄스 키드와 부치 캐시디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재미있다.
<파워DVD 캡처 샷>
초반부에 로버트 레드포드 얼굴을 약 1분 가량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토록 길게 보여준 이유는 당시 레드포드가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선댄스 키드의 본명은 테리 아랑스 랑보였다. 선댄스에서 반년 동안 옥살이를 했기 때문에 선댄스에서 잡힌 사내라는 뜻의 별명이 붙었다. 원래 이 역할은 스티브 맥퀸에게 제의했으나 그가 거절했고, 워렌 비티, 말론 브란도도 후보로 거론됐다. 레드포드를 끝까지 고집한 사람은 조지 로이 힐 감독이었다.
폴 뉴먼이 연기한 부치 캐시디의 본명은 로버트 리로이 파크였다. 유타시 몰몬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도살자 일을 한 적이 있어서 부치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존 인물이었던 선댄스 키드와 부치 캐시디는 '와일드번치'라는 갱단을 만들어 은행을 털었다. 원작과 영화 대본을 쓴 윌리엄 골드먼은 샘 페킨퍼 감독의 영화 '와일드번치'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인물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썼다.
두고두고 잊지못할 명장면. 부치 캐시디(폴 뉴먼)가 주제가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에 맞춰 에타(캐더린 로스)를 자전거에 태우고 도는 장면은 뮤지컬 같다. 당시 서부극에서 노래가 흘러나온 것은 파격이었다.
실존 인물이었던 에타의 일생은 수수께끼에 쌓여있다.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와 결혼해 남미까지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모든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극중에서는 교사로 나오지만 정확한 직업도, 배경도 불투명하고 사진만 남아있어 아주 미인이라는 점만 확인할 수 있다.
실존인물들은 영화처럼 유니온 퍼시픽 열차를 터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열차 직원 우드콕을 만났다. 우드콕 또한 실명이다.
추격대를 피해 달아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사막 구릉에 가려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이 장면은 보면 볼 수록 촬영솜씨가 일품이다. 촬영은 이 작품을 비롯해 '로드 투 퍼디션' '아메리칸 뷰티' 등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콘라드 홀의 솜씨다.
주인공들에게 연거퍼 열차를 털린 유니온 퍼시픽 철도회사는 핑커튼 탐정국에 의뢰해 추적대를 보냈다.
실존 인물들은 영화처럼 바로 볼리비아로 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로 도망가 4년 동안 커다란 목장을 경영하며 곧잘 살았다. 이후 칠레를 거쳐 볼리비아로 가게 된다.
볼리비아 광산 관리인 퍼시는 실존 인물이었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그는 총에 맞아 죽지않고 은퇴후 미국에 건너가 여생을 보냈다. 그는 두 주인공과 친구처럼 지냈다.
산적들이 두 주인공의 총에 죽어가는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처리된 장면은 꼭 샘 페킨퍼 작품을 연상케 한다.
실존 인물들은 볼리비아의 산 비센테 마을에서 군인과 경찰의 추격 끝에 최후를 맞았다.
영화와 달리 부치가 부상당한 선댄스를 고통없이 죽도록 총으로 쏜 뒤 자살했다.
너무나 유명한 엔딩. 이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두 사람의 죽음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는 영화처럼 실존 인물들이 살아있다는 소문도 끈질기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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