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

울프팩 2010. 5. 24. 00:12

박중훈은 껄렁껄렁한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개성있는 생김도 그렇고 특유의 발성과 몸짓이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투가이즈' '투캅스' '게임의 법칙' 등 잡초처럼 살아가는 인생을 연기하는데 제격이다.
본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극보다 오히려 그런 역할들이 박중훈이라는 배우를 더 빛나게 한다.

그런 점에서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같은 애인'은 박중훈을 위한 영화다.
한 물간 삼류 건달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백수 여인이 연립주택 지하에 이웃으로 세들어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작품에서 박중훈은 똑떨어지는 날건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 덕분에 대학원까지 나온 취업준비중인 젊은 처녀와 깡패 사이에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꿈같은 사랑이 싹트는 과정이 더욱 빛나 보인다.
비록 설정은 도식적이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녹여낸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뛰어 넘었다.

신분이 다른 남녀의 사랑은 숱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여러 번 울궈먹은 소재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호소력있게 다가오는 것은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세태와 '미녀와 야수'식의 동화같은 사랑이 아닌 콘크리트 냄새 물씬 풍기는 도회지적 쿨한 사랑을 그려냈기 때문.

여주인공을 연기한 정유미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해 눈에 띈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이 작품에서는 또다른 도회적 느낌의 매력을 발산했다.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즐길 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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