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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더 킹(블루레이)

울프팩 2019. 12. 2. 00:23

한재림 감독의 '더 킹'(2017년)은 개봉 시점이 지금이라면 논란이 됐을 만한 작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조사 때문에 정치 검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 검찰 이야기다.

정치권에 줄을 잘 서서 자신들의 입신과 양명을 위해 매진하는 검찰들을 통해 검찰 공화국이 무엇인가 잘 보여주는 영화다.

 

내용은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된 태수(조인성)가 검찰 내 실세인 선배들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권력의 맛에 취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태수가 권력의 핵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몸담게 된 극 중  전략부는 검찰의 특수부를 빗댄 부서다.

 

전략부의 핵심인 한강식(정우성) 부장과 양동철(배성우), 태수가 똘똘 뭉쳐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권세를 누리는 모습은 권력형 해바라기의 전형적인 모습들이다.

여기에 조직폭력배와 기업인, 언론 등이 빌붙어 기생하며 향락을 일삼는 모습은 김학의 사건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 감독은 이런 검찰의 모습이 정권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 같다.

극 중 전략부 검사들은 온갖 비리와 추문에 관련된 정치인들의 약점을 쥐고 선거 때마다 입맛에 맞는 정당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이념도 정치적 색깔도 없고 오로지 누가 당선됐을 때 더 오래 권세를 누릴 수 있을지만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한강식 일행은 어찌 보면 검찰 주의자에 더 가깝다.

 

이런 모습들을 영화는 무당이 굿을 하는 코믹한 장면으로 묘사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기록 영상들처럼 사실을 끼워 넣어 허구와 현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이를 통해 허 감독은 자신의 신념과 주제 의식을 강하게 표출한다.

 

주인공 일행의 영화가 언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기세 등등하던 그들의 모습이 몰락해 가는 과정 또한 여러 가지 실제 사건들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영화는 권력에 빌붙어 사는 정치 검찰 얘기를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 작품이다.

한마디로 검찰 개혁이라는 키워드를 위해 검찰 공화국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하지만 마지막 해결 방법은 지극히 영화답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의식한 듯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여러 가지 실제 사건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내용도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이한 것은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내레이션 방식을 도입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자주 쓰는 방법으로 '카지노' '좋은 친구들'처럼 이야기를 1인칭 해설자에 의존해 서술형으로 끌어간다.

문제는 이런 방식은 구성이 탄탄하면 마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얼개가 정교하지 못하면 지루하게 늘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 감독이 용기 있는 시도를 한 셈이다.

생각보다 크게 늘어지지 않고 재미있게 잘 끌어 갔다.

 

과거 유행했던 자자의 '버스 안에서', 클론의 '난', 런던 보이즈의 'harlem desire' 등 익숙한 곡들이 흘러나와 귀도 또한 즐겁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본편과 부록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영상은 화질이 좋다.

디테일이 잘 살아 있고 오래된 필름 같은 빛바랜 색감이 제대로 묘사됐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리어 채널을 적극 활용해 각종 효과음이 스피커를 타고 이동하며 공간을 휘감는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 감독과 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의 해설 등 2가지 해설, 제작과정, 세트 및 의상, 촬영, 액션과 13분 분량의 삭제 장면, 감독과 배우들 인터뷰, 파티 장면 리허설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녹음 영상 등이 풍성한 내용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세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세트에서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
한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때 이를 내려다보는 검사들이 찍힌 사진을 보고 오래전부터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극 중 태수의 학교로 나온 곳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촬영한 곳이다.
김아중이 극 중 아나운서이자 태수의 아내 역할로 등장.
초반 정우성이 자동차에서 이야기하는 하회탈 농담은 배성우가 사석에서 한 얘기를 감독이 인용했다.
극 중 검사들의 파티 장면은 너무 전형적이지만 자자, 클론 등의 노래가 흘러나와 흥겹다.
한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기자, 법조인들의 도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바닷가 장면은 영덕의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된 곳에 찾아가 촬영.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인을 지원하기 위해 사우나를 찾아간 장면은 용산에 있는 대형 사우나에서 촬영.
조직폭력배인 들개파의 아지트 장면은 화성의 사용하지 않는 실제 도축장에서 촬영.
극 중 음란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배우 차미련 역할은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의 이주연이 연기.
김우형 촬영감독은 옛날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애너모픽 렌즈와 조명이 하나로 묶인 풀 세트를 활용해 촬영.
조인성은 미리 해설을 녹음하고 영상과 맞추는 작업을 따로 했다.
막판 양동철이 여학생 치마속을 훔쳐보다가 체포되는 장면은 과거 제주에서 있었던 검사 성추행 사건을 패러디했다. 관객은 531만명이 들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더 킹 (2Disc 풀슬립 에디션 한정판) : 블루레이
 
더 킹 (2Disc 얼티밋 컬렉터스 박스)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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