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 블룸(Molly Bloom).
2013년 미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이름이다.
1978년 4월 콜로라도의 러브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스키를 타서 올림픽 출전이 기대된 모굴 스키 분야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비운의 사고로 죽을 뻔한 일을 겪은 뒤 스키를 그만뒀다.
그는 운동만 잘한 것이 아니라 공부도 잘해서 로스쿨 진학이 유력한 수재였다.
하지만 그는 고된 선수생활에 지쳐 1년간 쉬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을 미루고 따뜻한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여급 생활을 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생활 안정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으나 고용주인 변호사가 유명한 노름꾼이었다.
변호사는 회원제로만 운영하는 비밀 포커판을 만들어 유명한 기업인과 연예인들을 불러 모았다.
몰리는 포커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엄청난 판돈이 오가는 것을 보고 빠르게 룰을 배웠다.
이후 몰리는 고객 명단을 빼돌려 직접 비밀 도박 하우스를 운영했다.
토비 맥과이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맥컬리 컬킨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과 백만장자들, 프로 스포츠 선수, 기업인들이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를 붙인 몰리는 뜻하지 않은 일로 LA의 하우스가 엎어지자 뉴욕으로 건너가 마찬가지로 비밀 하우스를 차렸다.
역시 스타와 거부들을 불러들였으나 호사다마 격으로 급기야 러시아 마피아가 개입하면서 그는 부지불식간에 갱단의 돈세탁 창구 노릇을 했다.
결국 2013년 몰리는 FBI에 체포됐고 연일 신문에 '포커 공주'로 이름을 알렸다.
몰리보다도 그의 하우스를 드나든 스타들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다.
하지만 몰리가 끝까지 지킨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의 고객 명단이다.
FBI는 고객 명단과 정보를 넘기는 대가로 그를 풀어주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몰리는 이를 거부하고 재판을 택했다.
언론에 알려진 그의 고객들도 그가 밝힌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언론의 유추를 통해 드러난 것들이다.
결국 몰리는 2014년 재판에 회부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1년의 보호관찰과 200만 달러의 벌금,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만 받고 풀려났다.
아론 소킨 감독이 만든 '몰리스 게임'(Molly's Game, 2017년)은 몰리 블룸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아론 소킨은 감독보다 유명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로 유명하다.
'어 퓨 굿 맨' '웨스트 윙' '머니 볼' '대통령의 연인' 등 탄탄한 시나리오 덕에 재미있다고 소문난 작품들의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꼼꼼한 취재로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이고 앞 뒤 이야기를 꼼꼼하게 짜 맞추는 구성 능력이 뛰어나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몰리 블룸이 쓴 자서전을 토대로 감독이 직접 재구성한 이야기는 몰리의 스토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를 잘했다.
특히 캐릭터를 잘 살렸다.
물론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한 몰리가 워낙 범상치 않은 인물이어서 특이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도 있지만 항상 선택지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몰리의 심리적 갈등을 잘 드러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겪었던 갈등을 트라우마처럼 안고 살아야 했던 몰리의 내면을 잘 짚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면 궁금증이 남는다.
왜 몰리는 성공이 보장된 탄탄한 미래를 내던지고 모험의 길을 갔을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왜 고객 명단을 끝까지 지켰을까.
물론 영화 속에서 나름 설명을 하지만 여러모로 미진하다.
복잡한 집안사와 트라우마가 된 부친과 갈등, 돈의 유혹 등 여러 요인이 나오지만 몰리의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결정적 요인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몰리의 고뇌와 방항, 궁극적으로 고객 비밀을 지키기 위한 집착도 왠지 진실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고객들의 가족을 떠올리며 명단을 지키려고 했을까.
또 다른 재기와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이면의 계약이 정말 없었을까.
몰리의 변호사 말마따나 고객들이 고마워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들은 그에게 감사를 표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곧 몰리라는 인물을 그리는데 한계에 부딪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인물에 대한 탐구로는 대단히 흥미로우면서도 조망을 잘 한 작품이지만 왠지 끝까지 풀지 않은 수수께끼처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토리를 잘 만든다고 해서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론 소킨이 보여줬다.
그다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인상적인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이다.
다시금 영화가 보는 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명암대비도 잘 살아 있는 편.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영화 특성상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작품 소개와 감독 및 배우들 인터뷰, B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스키 경기 중 사고 장면이 끔찍하다. 몰리 블룸의 형제들은 운동을 잘했다. 몰리는 북미 모굴 스키 랭킹 3위였고 동생 제레미 블룸은 스키선수로 뛰며 세계선수권 3회, 올림픽 2회, 월드컵에서 11번 금메달을 땄다. 제레미는 프로미식축구팀 필라델피아 이글스에게 지명됐으나 선수로 뛰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몰입감이 뛰어나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몰리 블룸을 연기. 실제 몰리 블룸이 차스테인을 주연 배우로 원했다.
카드 게임의 엑스트라들은 실제 유명 프로 포커 선수들이다. 아론 소킨 감독도 포커판에 슬쩍 카메오 출연했다.
몰리는 도박꾼들의 심리를 능숙하게 다룬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한 번의 선택이 중요한 포커처럼 한 여인의 인생이 달린 선택을 다룬 영화다.
소킨 감독은 몰리를 직접 만나 그가 쓴 책에 없는 뒷얘기까지 듣고 나서 영화를 만들었다. 몰리는 할리우드에서 8년, 뉴욕에서 2년간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며 유명인들의 엄청난 정보들을 알게 됐다.
몰리 블룸은 미국서 연방범죄를 위반해 캐나다 입국이 금지됐다.
콜로라도 주립대의 심리학 교수였던 몰리의 아버지는 몰리가 운동과 공부를 모두 잘하도록 엄청나게 몰아붙였다.
이 작품은 아론 소킨의 감독 데뷔작이다. 데뷔작치고 범작은 되는 편이어서 나쁘지 않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찍은 샬롯 브루스 크리스틴슨이 촬영. 그는 부드러운 영상을 위해 실린드리컬, 즉 원주렌즈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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