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10월 5일 니카라과에서 시작해 멕시코를 가로지르며 서해로 빠져나간 바람은 세력을 키워 4일 후 열대성 폭풍이 됐다.
다음날 다시 규모가 커져 허리케인이 됐고 여기에 레이몬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와이를 향해 길게 서진하며 바다를 갈아엎은 초강력 4등급 허리케인 레이몬드는 엄한 생명을 앗아갔다.
타히티에서 출발해 미국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44피트 길이의 요트 하자나를 허리케인 레이몬드가 덮쳤고 요트를 몰던 리처드 샤프는 불귀의 객이 됐다.
그의 연인이었던 태미 올드햄은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아 주 돛이 부러져 제대로 조종이 되지 않는 요트를 몰고 41일간 바다를 표류했다.
사실상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악착같이 버틴 올드햄은 하와이 근해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그렇게 살아남은 태미 올드햄은 연인을 앗아간 태풍에서 살아남아 바다에서 표류한 악몽 같은 기억은 정리해 1998년 '슬픔의 붉은 바다'(Red Sky in Mourning: A True Story of Love, Loss and Survival at Sea)라는 이름의 책으로 펴냈다.
디즈니에서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시나리오를 쓴 애론 칸델과 조단 칸델은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발타자르 코르마쿠르 감독의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Adrift, 2018년)라는 영화다.
리처드 샤프와 태미 올드햄 커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과 비극으로 치달은 조난까지 과정을 애틋하고 꼼꼼하게 재현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흘러 로맨스나 휴먼 드라마에만 호소하지 않고 극적인 조난 상황을 과장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과거사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게 된 과정과 급작스럽게 덮친 태풍과 조난의 끔찍한 상황을 적절하게 거리를 두며 교차 편집으로 흥미롭게 구성했다.
그래서 뻔한 러브 스토리나 재난 영화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막판까지 긴장과 안타까움을 갖고 보게 만든다.
여기에 로버트 리차드슨이 잡은 카메라는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점처럼 작게 표류하는 요트를 잘 잡아내 웅장한 대자연 앞에서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의 무력함을 잘 표현했다.
한마디로 두 사람이 빚어내는 안타까운 드라마와 재난 영화의 긴박함이 잘 어우러진 영화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윤곽선이 명료해 샤프니스가 예리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보여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폭풍우 소리가 아주 압권이며, 선체 삐걱이는 소리가 사방 채널에서 들리는 등 조난 상황을 음향으로 실감 나게 재현했다.
부록은 예고편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1983년 벌어진 실화를 다뤘다.
초반 타히티에서 두 남녀가 가까워지는 장면은 대부분 피지에서 촬영.
볼커 베텔만이 맡은 음악도 훌륭하다.
리처드 샤프는 허리케인 레이몬드 때문에 33세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24세였던 태미 올드햄은 혼자서 망가진 요트를 타고 41일간 바다를 표류했다.
기획을 하고 각본을 쓴 애론 칸델과 조단 칸델 형제는 태미 올드햄 애쉬크로프트를 찾아가 만나서 오랜 설득 끝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
실화와 영화가 다른 점 중 하나는 리처드 샤프는 태미 올드햄을 만날 당시에 여자 친구와 함께 요트를 몰고 세계를 여행 중이었다. 그러나 태미를 만난 뒤 여자 친구를 버리고 태미와 열애에 빠졌다.
리처드 샤프가 태미 올드햄을 처음 만난 곳은 영화에서 타히티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샌디에이고였다.
애론 칸델과 조단 칸델 형제는 5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타히티의 클럽 장면에서 흐르는 '흑인 오르페'의 노래가 듣기 좋다.
촬영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8' '휴고'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킬빌 1,2'와 '삼나무에 내리는 눈' 등을 찍은 로버트 리처드슨이 맡았다.
아이슬랜드 출신의 발타자르 코르마쿠르 감독은 '에베레스트' '콘트라밴드' 등을 연출했다.
막판 반전이 진한 아픔을 주는 영화다. 쉐일린 우들리는 표류하며 체력이 쇠잔한 태미를 연기하기 위해 하루에 극소량의 식사만 하며 체중을 줄였다.
30미터의 파도가 요트 하자나호를 덮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여러 개의 요트 모형을 만들어 짐벌 위에 올려놓고 흔들며 촬영한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허리케인이 덮치는 상황을 만들어 붙였다.
제작진은 하루 14시간씩 바다 위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리케인 장면은 실제 바다 촬영이 위험해 뉴질랜드의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샘 클라플린이 리처드 역할을 연기.
쉐일린 우들리는 촬영을 위해 한 달 이상 요트 조종법을 배웠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실제 주인공들. 태미는 지금도 요트를 몰고 항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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