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인 요즘 남북경협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른 조치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원래 핵 무기 보유국의 비핵화 조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선택 가능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핵 무기 보유국이 해당 무기를 스스로 폐기하는 방법과 주변 국가에서 핵 무기를 보유해 핵 억제력을 확대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피해야 할 최악의 수단이 공격 등 여러 압박을 통한 강제 폐기 조치다.
우리는 당연히 북한이 스스로 핵 무기를 폐기해 이 땅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을 취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 걸쳐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쉽지 않다.
양우석 감독은 웹툰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한 끝에 영화 '강철비'(2017년)를 내놓았다.
요즘처럼 북미정상회담 이슈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내용은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격을 당해 부상을 입고 남으로 피신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 상황이 발생하는 한반도 정세를 다뤘다.
공교롭게 이름이 같은 청와대의 국가안보수석(곽도원)과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특수요원(정우성)이 전쟁을 막기위해 서로 협력하는 이야기다.
양 감독은 영화 속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가 내린 선택은 남북한이 상호 핵 무기를 보유해 서로 핵 억제력을 갖는다는 두 번째 방법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인도와 파키스탄 등이 이러한 사례다.
양 감독은 그 방법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이었지만 문제는 현실성이다.
양 감독은 영화 속에서 북한의 핵 무기를 남한과 나눠갖는 방법을 제안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에서 이를 용인할리 만무하다.
즉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영화에서나 가능한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이다.
물론 영화적 상황과 드라마 작법을 무조건 현실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보니 보는 내내 절로 현실성 여부를 가늠하게 된다.
그만큼 소재 자체가 민감하고 사실적 기반 위에 절반 이상 발을 걸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현실성을 감안하고 보면 영화는 사건의 발단부터 해결까지 모두 공상과학 소설(SF)이 되고 만다.
현실성을 배제하고 보면 강대국과 정치권이 얽힌 긴박한 정치 드라마와 휴머니즘이 약간 가미된 액션 드라마로 흐른다.
현실성과 드라마의 어정쩡한 자세가 결국 이 작품의 한계가 되고만 셈이다.
그래도 놀라운 점은 밀리터리 마니아(밀덕)인 양 감독의 세부지식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 점이다.
각종 무기 설정부터 상황 진행에서 오래도록 연구한 밀덕의 진한 향기가 풍겨 나온다.
이와 관련해 블루레이에 수록된 양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을 꼭 들어볼 것을 권한다.
미처 영화에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양 감독의 무기 지식 및 정치 군사적 흐름에 대한 주옥같은 배경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거의 학구적 자세로 작품에 임한 양 감독의 진지함과 세밀함에 새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의 비현실성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한 부분이 약간 튀어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샤프니스가 좋고 색감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여러군데 오자가 보이는 한글 자막이다.
북한 사투리를 발음나는대로 표기하다보니 '임니다'를 '임미다'로, '날이 참니다'를 '참미다'로 표기하는 등 잘못 표기된 부분이 있다.
또 작계 5027도 각계 5027로 잘못 표기했다.
제대로 한글 자막 검수를 하지 않은 모양.
DTS X를 지원하는 음향은 확실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 채널을 확실하게 사용해 뒤에서 울리는 총격음 등을 현실감있게 들을 수 있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다양한 부록이 들어 있다.
영화 본편과 함께 감독과 배우들 음성해설, 감독과 오동진 황진미 평론가 해설이 들어 있고 별도 부록 디스크에 제작과정, 액션 촬영, 음악 코멘터리, 먹방 비하인드 장면 등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소재가 민감해 워너브라더스와 제작 배급이 무산돼 뉴와 제작 배급 계약을 했다.
북한 정찰총국의 특수요원을 연기한 정우성. 그가 사용한 모신나강 저격소총은 전세계에서 여전히 많이 쓰이는데 제2차 세계대전때 사용한 오래된 무기여서 등록돼 있지 않아 추적이 불가능하다.
북한 정찰총국은 대남 및 해외공작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해커부대 등이 여기 소속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지대지미사일 에이타킴스(ATACMS). 길이 4미터, 지름 61센티의 미사일 탄두에 들어있는 950개이 자탄이 비처럼 쏟아져 강철비로 불린다. 한국군은 2003년 도입해 실전 배치했다.
강철비 12발을 모두 쏘면 축구장 6개 넓이의 면적이 초토화된다. 특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신체가 찢겨나가 영화보다 더 참혹하다. 영화는 참상 수위를 일부러 대폭 낮췄다.
양 감독은 '변호인'을 찍고 나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화 제작이 어려웠다고 한다. 김정은의 얼굴은 영화 속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양 감독은 2011년에 먼저 공개한 웹툰 '스틸레인'의 스토리를 썼다.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실총보다 비싼 모의 총기를 수입했고 수천만원을 들여 공포탄을 수입했다.
청와대 벙커회의를 재현. 양 감독은 "한국은 폭력의 일상화 때문에 전쟁 위기 상황에서도 평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체를 겹겹이 쌓아서 폭발력이 아래로 향하게 하는 소프트 폭파 방법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다리나 건물 폭파에 종종 사용됐다.
스스로 핵 무기를 포기한 경우는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 해체때 핵 무기를 넘겼다가 크림반도를 빼앗겼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인 정권에 핵 무기를 넘길 수 없다며 백인 정권이 폐기했다.
양 감독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의 F15 전투기가 미군의 B52 폭격기를 호위하는 장면에서 속도가 느린 폭격기를 호위하는 F15가 애프터버너를 켠 장면이 사실과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은 사드 레이더를 갖고 있으나 사드 미사일이 배치돼 있지 않다. 그래서 미사일 요격을 위해 동해에 콩고 이지스함을 배치했다.
땅굴 장면은 내부가 북한 땅굴과 유사한 춘천의 옥 광산에서 촬영.
양 감독은 음성해설에서 "미국이 쿠바 미사일 위기 때 겉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뒤로 협상을 하는 외교전술을 익혔고 이것이 지금까지 안보위기의 교과서가 됐다"며 "트럼프여서 북한과 협상을 했지, 힐러리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 했을 것"이라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줬다. 최근 슬라보예 지젝도 "힐러리였다면 한반도에 이미 전쟁이 났을 것"이라며 같은 지적을 했다.
독일과 스웨덴이 공동 개발한 타우러스 순항미사일은 수직 낙하하며 11~15미터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폭발한다. 우리 공군에 실전 배치됐다.
미소 간에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양국은 모든 핵 미사일을 본토에만 배치하기로 했다. 즉 괌이나 해외 기지에는 배치할 수 없다. B1, B2 등 스텔스 폭격기에도 장착할 수 없다.
|
|||||||||||||||||
예스24 | 애드온2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산티아고(블루레이) (0) | 2019.04.14 |
---|---|
풀잎들 (블루레이) (0) | 2019.04.12 |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블루레이) (0) | 2019.03.22 |
걸어도 걸어도(블루레이) (0) | 2019.03.20 |
몰리스 게임 (블루레이) (0) | 2019.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