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영화 '풀잎들'(2018년)은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고, 사랑의 결과처럼 나타나는 결혼에 대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화자인 여주인공(김민희)이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관찰하는 여러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것은 김민희와 이들의 관계다.
김민희가 직접 인연이 얽히는 주변 인물은 동생 커플뿐이다.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김민희는 그저 관찰자의 위치에 머문다.
아마도 홍 감독은 이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견들을 객관화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인연이 얽히는 사람들은 중립적 입장을 갖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김민희가 동생 커플을 만나 식사 후 나누는 대화다.
동생 커플에게 "사랑하냐?"는 질문을 던진 김민희는 대답을 듣고 "사랑 좋아하네, 사랑을 알아?"라는 힐난성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이어서 사랑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결혼에 대해서도 극 중 김민희는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엉망으로 사니? 모르면 결혼하면 안 돼, 어차피 해도 실패야."
"칫, 사랑이 뭐라고."
이렇게 이어지는 상투적인 대사들을 보면 제대로 사랑이 영글지 않은 결혼은 실패라고 규정하는 화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즉, 정말 우리가 사랑했을까, 상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랑하고 결혼하는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서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하니 헤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대사들이 홍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으로 야기된 이혼 소송과 오버랩된다.
결국 서로를 제대로 모르는 채 결혼했으니 헤어지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식의 자기변명처럼 들린다.
물론 감독의 사생활과 작품은 별개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일이 널리 알려진 만큼 어쩔 수 없이 사생활과 작품이 겹쳐 보이는 부분은 홍 감독이 감수해야 할 굴레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의식하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대사를 들어보면 확실히 홍 감독은 결혼보다는 현재의 사랑에 방점을 찍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극 중 배우로 나오는 정진영은 상대 여배우가 "얼굴이 좋다"라고 하자 "좋다, 사랑이 최고야. 나머지는 그게 안되니까 하는 거야"라고 답을 한다.
마치 결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한 태도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흥미롭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지만 관찰자의 시선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대사를 통해 홍 감독과 김민희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사람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지 작품을 통해 가늠하게 된다.
앞으로 홍 감독 영화에는 은연중 그런 기대감이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감독과 배우의 사생활이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홍 감독의 작품들이 보여준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흑백 영화여서 화질의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풀 HD 프로젝터에서는 대낮 카페 장면에서 김민희의 맥북에 붙어 있는 애플 로고가 선명하게 보였으나 화면 캡처를 위한 PC에서는 화이트 피크가 하얗게 날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즉 시청 기기에 따라 명암대비가 갈릴 수 있는데, 프로젝터에서는 콘트라스트가 좋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음량이 약간 작게 들리는 문제가 있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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