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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나의 산티아고(블루레이)

울프팩 2019. 4. 14. 00:01

요즘 케이블 TV에서 스페인에 하숙집을 차려 놓고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 사람들이 자고 갈 수 있게 하는 예능 프로 '스페인 하숙'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 덕분에 자연스럽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줄리아 폰 하인츠 감독의 '나의 산티아고'(Ich bin dann mal weg, 2015년)는 '스페인 하숙'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우선 이 영화는 실화다.

 

독일의 유명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프랑스의 생장 피에르 포르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800km의 순례길을 42일간 걸으며 겪은 일들을 쓴 책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이 책은 2006년 독일에서 출간돼 널리 팔렸으며 국내에도 출간됐다.

 

본명이 한스 페터인 케르켈링은 스무 살 때인 1984년 방송에 데뷔해 한 번도 쉬지 않고 줄기차게 일을 하다가 청력이 떨어지고 담석이 생겨 급기야 병원에 실려가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절대 휴식을 취하라는 의사에 권고에 집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케르켈링은 우연히 동네 서점에서 집어 든 '기쁨의 야고보 길'이라는 책을 읽고 산티아고 순례를 떠났다.

 

영화는 그가 겪는 내면의 변화와 더불어 산티아고 순례길 풍경을 심심찮게 보여주는 로드 무비다.

무조건 순례를 완수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떠난게 아닌 케르켈링은 쉬엄쉬엄 건성건성 순례를 떠나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 사람들이 그렇듯 케르켈링이 순례길에서 발견한 것은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는 자아, 즉 자신의 본모습이다.

때로는 신을 의심하고 투덜대며 일이 전부인 것처럼 살았지만 결국 고난의 순례길에서 그런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깨닫는다.

 

물론 케르켈링은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으로 돈도 벌만큼 번 뒤에 이런 깨달음을 얻은 거라서 당장 먹고 살 일을 걱정하는 서민들과 상황이 다르다.

그렇더라도 한 번쯤 현 위치에서 모든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위 환기 정도만이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순례길을 떠난 보람이 있을 듯싶다.

 

그런 경우가 극 중 마르티나 게덱이 연기한 스텔라라는 여인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비견되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새 출발이라는 점에서 스텔라의 순례길은 케르켈링이나 다른 사람들과 무게가 다르다.

 

그럼에도 케르켈링과 스텔라는 누가 더 하고 덜 할 것 없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며 삶을 다시 출발하게 하는 지팡이 역할이 돼준다.

특별한 노력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 자체가 순례길의 몸을 의지하는 지팡이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에게 지팡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품이다.

특별히 모나거나 악독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아 잔잔하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순례길의 아름다운 풍광이 계속 흘러가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윤곽선이 선명하고 색감이 좋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리어 채널에서 울리는 빗소리를 들어보면 실제 순례길 한 복판에 서 있는 것 같다.

 

부록으로 김도훈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장과 '엄마도 산티아고'라는 책을 쓴 원대한 작가의 음성해설, 예고편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책은 2000년대 초반인데 영화는 그보다 늦은 시기를 다뤘다.
주인공 하페를 연기한 데비드 스트리에소브. 출연작 중에 국내에서 알만한 작품은 단역으로 나온 '다운폴'이 있다.
영화는 순례길 전체는 아니지만 여러곳을 보여준다. 생장 피에르 포르 풍경.
산티아고를 향하는 순례길은 총 12개 코스가 있다고 한다.
1970년대 국내에도 있었던 삼륜차. 길이 험해서 하루 만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버스나 자동차를 얻어타고 가는 사람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봄이 걷기에 좋다고 한다. 여름은 너무 덥고, 가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한다.
순례자들 중에는 차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등 서로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
스텔라를 연기한 독일의 유명 여배우 마르티나 게덱. '베일을 쓴 소녀' '리스본행 야간열차' 등에 출연.
순례자 숙소는 남녀구분없이 2층침대를 사용한다. 벌레가 많아서 물리게 되면 예방을 위해 숙소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옷을 벗어 세탁하고 소독을 한 뒤 입실한다.
노란 화살표가 순례길 방향을 알려준다.
여러가지 사연을 안고 떠난 순례자들 중에는 길에서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길가에 놓인 십자가들은 바로 그들을 추모하는 십자가다.
하페는 여정 틈틈히 수첩에 적은 메모를 모아서 책을 냈다.
무사히 순례를 마치면 산티아고 성당 뒷편 인증소에서 야곱 성인의 상징인 조개 문양이 찍힌 증명서를 받는다.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에 살고 있는 하페 케르켈링은 원래 천주교 신자였으나 지금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기독교 신자가 됐다고 한다.
하페 케르켈링의 실제 사진이 엔딩 크레디트에 나온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나의 산티아고 (1Disc A타입) : 블루레이
 
나의 산티아고 (1Disc B타입)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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