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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물의 도시 베니스

울프팩 2017. 12. 24. 15:01

피렌체에서 베니스 중앙역까지 기차 이딸로를 타면 2시간30분 가량 걸린다.

베니스(Venice), 즉 베네치아는 흔히 물의 도시라고 한다.


베네치아만 안쪽의 석호 위에 형성된 118개의 섬들을 약 400개의 다리로 연결한 베니스는 많은 건물들이 물 위에 말뚝을 박아 기초 공사를 하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

한마디로 물 위에 뜬 집이나 마찬가지인 셈.

[베니스의 대운하. 해상무역국가로 자리잡은 중세의 베니스는 십자군 원정에 나서면서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해 동방무역을 확대했다.]


567년 이민족을 피해 달아난 롬바르디아족이 베네치아만 안쪽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6세기말 리알토섬을 중심으로 12개 섬에 마을이 자리잡으며 도시의 틀을 갖췄다.


도시의 중심은 S자를 뒤집은 모양의 커다란 대운하가 뚫고 지나간다.

대운하를 중심으로 작은 수로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으며 이 위에 보행을 위한 작은 다리들이 연결돼 있고 곤돌라 등 배들이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른다.

[베니스의 좁은 수로를 엇갈려 통과하는 곤돌라.]


그렇다보니 베니스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등이 없다.

작은 다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통과할 수 있다고 해도 워낙 수 많은 관광객들로 붐벼서 통행하기 어려울 듯 싶다.

중앙역에 내리면 물의 도시 아니랄까봐 바로 눈 앞에 커다란 운하가 흐른다.

[수상 택시 위에서 바라본 리알토 다리.]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운하를 따라 내려가며 도시를 구경하거나 시간이 없으면 바로 운하를 건너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한다.

베니스 운하에 걸려 있는 수 많은 다리들 가운데 1호는 바로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다.


리알로 다리는 원래 나무로 엮어 놓은 임시 다리형태였는데 1591년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오 다 폰테가 지금과 같은 모양의 돌다리를 만들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이 다리는 마치 다리를 들어올리는 듯한 도개교 모양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베니스의 명물인 화려한 가면. 베니스는 매년 1월말~2월 초 사이에 가면축제를 한다. 세계 10대 페스티벌에 꼽힐 만큼 유명하다.]


다리 주변과 다리 위에 상점이 빽빽히 들어차 베니스의 중심 상권이기도 한 이 곳은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리알로 다리를 건너 산 마르코 광장을 통과해 선착장에서 수상 버스 역할을 하는 바포레토를 타면 산 조르조 마조레섬에 건너갈 수 있다.


산 마르코 광장 코 앞에 있는 산 조르조 마조레섬 한 가운데 산 조르조 마조레 대성당(Chiesa di San Giorgio Maggiore)이 있다.

이 성당은 10세기부터 1806년까지 베네딕트 수도회의 본거지였다.

[베니스 남쪽에 위치한 산 조르조 마조레섬.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종루가 높이 솟아있다.]


이 성당이 유명한 것은 베니스를 대표하는 화가 틴토레토의 걸작 그림인 '최후의 만찬'이 걸려 있기 때문.

또 성당 종루에 올라서면 손에 잡힐 듯 베니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래서 베니스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이 섬을 찾는다.

특히 이 곳에서 건너다 보이는 산 마르코 광장의 풍광이 아주 아름답다.

[산 조르조 마조레 대성당에 걸려 있는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


콘솔 게임 '어쌔신 크리드2'에서 에지오가 누비던 광장과 두칼레궁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따라서 일정이 바쁘지 않다면 종루는 한 번쯤 올라가 볼 만 하다.


베니스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찾을 만큼 유명한 관광지여서 사시사철 사람들로 붐빌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관광객 때문에 너무 붐벼서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종루에서 건너다 본 베니스.]


그래서 베니스 사람들은 올해 관광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줄기차게 하고 있다.

로마 등 유럽 일부 도시처럼 관광객들에게 세금을 물려서 관광객을 통제하자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어지간한 식당이나 골목 등은 깃발을 앞세운 단체 관광객들이 가득 메워 구경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수상교통 외에 육상에서는 마땅히 이용할 대중 교통이 없다보니 더더욱 붐빌 수 밖에 없다.

[대운하의 물살을 가르는 수상 택시에서 바라본 베니스.]


그 바람에 이동할 때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막판에 그 때문에 피렌체로 돌아오는 기차를 놓쳐 적지않은 추가 비용이 들었다.


구글 맵을 켜놓고 중앙역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는데 최단 거리로 안내한 곳이 하필 대운하를 배로 건너는 길이었다.

그런데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바포레토는 물론이고 곤돌라도 없었다.

[베니스의 명물인 곤돌라. 꽤 호화스런 장식을 한 것부터 수수한 모양까지 다양하다.]


기차 시간 때문에 헐레벌떡 좁은 골목을 달리다가 겨우 수상택시를 잡아 탔다.

기차 시간을 얘기하며 빨리 가자고 했는데, 수상택시도 정해진 속도를 초과해서 달릴 수는 없단다.


아슬아슬하게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2,3분 차이로 기차를 놓쳤다.

타기로 했던 기차가 막차여서 결국 택시를 타고 피렌체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수상 택시를 타고 가며 본 로렌조 퀸의 조각품 '지지'.]


그만큼 베니스의 막판 여정은 애간장이 타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와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상 택시를 탄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이탈리아의 유명 조각가 로렌조 퀸(Lorenzo Quinn)의 수상 조각품 '지지'(Support)였다.


로렌조 퀸은 세계적인 명배우 안소니 퀸의 아들이다.

해수면 상승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이 조각품은 커다란 손 두 개가 호텔 카 사그레도(Ca Sagredo)의 벽을 받치는 모양이다.


로렌조 퀸이 아들의 손 모양을 토대로 만든 이 조각은 올해 11월27일까지만 전시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빛과 색채의 도시, 베네치아 그림 산책
박용은,박성경 공저
베네치아 걷기여행
조앤 티트마시 저/정현진 역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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