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은 맛있게 비빈 비빔밥처럼 영화를 맛깔나게 만들 줄 안다.
마냥 유쾌했던 데뷔작 '오, 브라더스'가 그랬고 두 번째 작품 '미녀는 괴로워'(2006년)도 마찬가지다.
스즈키 유미코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못생긴 뚱녀가 성형수술을 통해 다시 태어나 화려한 스타가 됐지만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야기다.
예측 가능한 줄거리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며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김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다.
아울러 '마리아' '뷰티풀 걸' 등 주제가와 삽입곡을 직접 부른 김아중과 주진모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김아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신인답지 않은 당찬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형은 유행"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 남자가 훨씬 더 나쁘다" "내 여자만 안그러면 된다" 등의 대사를 통해 편협한 시각을 꼬집는 김 감독의 메시지가 뚜렷이 전달된다.
음악도 좋았고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등 3박자가 척척 들어맞은 훌륭한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전달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매끈하며 깔끔하다.
어두운 장면의 디테일은 약간 떨어지지만 특별한 잡티도 없고 색감이 좋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절하게 리어를 활용해 공간감을 강조하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있다.
저음에서 부밍이 이는게 흠.
DVD에는 부록 디스크와 더불어 OST CD가 함께 들어 있어 음악만 따로 들을 수도 있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살찐 김아중의 모습은 미국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이 라텍스를 이용해 4시간 동안 분장한 것.
김용화 감독, 유재학 PD 등 '오 브라더스'팀이 만든 이 작품은 661만명이 관람했다.
이 작품의 음악은 그룹 러브홀릭의 베이시스트인 이재학이 담당.
가장 웃겼던 장면. 김아중의 차에 들이받힌 이범수가 "죽어가는놈한테 청산가리를 멕이는구나"라고 중얼거리는 대사는 그의 애드립이다.
김 감독은 50미리 렌즈를 사용해 화각을 줄이고 인물을 강조, 집중도를 높였다.
김 감독 작품은 묘한 특징이 있다. 화나는 상황에서 인물들이 실실 웃는 등 엇나가는 행동을 한다. 감독이 상황과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
김아중이 폭발하듯 '마리아'를 부르는 장면에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노래는 가수 유미의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김아중이 직접 불렀다.
김 감독은 일반적인 영화제작과정과 다르게 곡을 먼저 고르고 그림을 구상했다.
원곡인 블론디의 '마리아'가 전형적인 8비트 록이라면 이 작품에서 편곡된 '마리아'는 4비트로 리듬을 바꿨다. 특히 원곡에서 후렴구로 넘어갈 때 나오는 브릿지를 편곡에서는 과감히 삭제해 극적 효과를 높였고, 보컬도 한 옥타브를 높여 시원한 맛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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