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블랙 스완

울프팩 2011. 3. 21. 07:10

유리 세공으로 유명한 체코 프라하에는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이 많다.
크리스탈 명품 브랜드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 창업자 다니엘 스와로브스키도 원래 체코인이다.

그만큼 체코의 유리 공예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워낙 섬세해 구경은 할 수 있어도 쉽게 손대기 어렵다.
자칫하면 깨질 것 같은 불안감과 손을 베일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은 섬세한 유리 공예같은 영화다.
우아한 아름다움 속에 보는 이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드는 예민함과 두려움이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모티브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극 '백조의 호수'이지만 본질은 정상에 오르고 싶은 예술가의 처절한 욕망이다.
최고가 되고 싶은 강박관념이 끝내 자기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보면 무섭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이 보면 남다른 느낌이 올 것 같은 영화다.
언뜻보면 최정상에 선 스타의 몰락과 강박관념을 다룬 조셉 멘케비츠 감독의 '이브의 모든 것'과 닮았다.

그렇지만 보는 이를 긴장감으로 옥죄고 극도로 불안하게 만드는 몰입도는 한 수위다.
여기에는 이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탈리 포트만의 뛰어난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원래 '레옹'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을 때부터 다소 신경질적인 면모가 엿보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의 그런 특징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어차피 사람이라는 것이 내면에 선과 악의 측면을 동시에 갖기 마련이지만 이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데, 나탈리 포트만은 이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특히 발레를 통해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이중의 부담이었을텐데 어려서 10년간 발레를 배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실제 발레리나 못지않게 소화를 잘 했다.
하드고어 계열의 공포영화처럼 딱히 무섭거나 끔찍한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구성,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공포영화 못지않게 보는 이를 두려움으로 몰고가는 작품이다.

두 시간의 숨 막히는 긴장을 즐기고 싶다면, 주저없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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