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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어바웃 타임 (블루레이)

울프팩 2014. 4. 14. 22:57

일본의 문학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창조란 예술가의 사상과 표현이 일치하는 것, 즉 사상과 표현의 동시성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는 "생각과 글을 쓰는 일 사이에 구별이 없다. 서툴게 쓰는 것은 서툴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런 점에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작품을 보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 지, 그리고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 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공언한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년)은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찌보면 사랑에 대한 판타지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과거 어느 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한된 시간 여행 능력을 가진 청년이 사랑을 위하여 겪는 이야기들을 동화처럼 엮은 작품이다.

 

이 속에서 다루는 사랑은 비단 남녀간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이성간의 사랑을 주인공의 특출난 능력을 이용해 날줄 씨줄처럼 오가며 풀어낸다.

 

이를 커티스 감독은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때로는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절로 웃음이 나오는 기분 좋은 영상으로 묘사했다.

주인공은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해 과거와 현재를 정신없이 오가며 갖가지 일들을 벌이지만 결국 귀착점은 하나, 바로 현재의 충실한 삶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버지의 뜻하지 않은 일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비밀이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복기하듯 하루를 똑같이 다시 살아보면서 미처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채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고 느끼며, 평범한 하루의 삶이 주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한다.

 

아마도 그러한 깨달음이 비단 주인공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이 드신 아버지를 생각하고, 하루 일에 지친 아내를 돌아보고, 일에 쫓겨 제대로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지내는 동생을 떠올렸다.

 

주인공이 수 많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하루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은 주인공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인 셈이다.

고바야시 히데오는 "공감을 통해 만인에게 호소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고 했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커다란 울림으로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의 힘을 보여줬다.

새삼 이 작품을 끝으로 연출에 종지부를 찍은 그의 선언이 안타깝기만 하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은은한 파스텔 톤 색감이 살아 있어서 영화의 분위기를 잘 받쳐준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청취 공간을 편안하게 감싸는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삭제장면, 제작과정, 로케이션 및 뮤직비디오, 감독의 작품세계 등이 HD 영상으로 들어 있으며,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특히 이번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는 영화 속에 흐르는 주옥 같은 노래들을 담은 OST CD 음반이 함께 들어 있어 반갑다.

음성해설에 한글자막이 들어갔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그렇지 못해 더더욱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시간 여행 능력을 지인 주인공을 연기한 돔놀 글리슨. 아일랜드 출신 배우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등에 출연했다. 

원래 커티스 감독은 17세때 살아서 추억이 많은 스코틀랜드 버윅을 배경으로 각본을 썼으나, 마땅한 집들이 별로 없어 콘월로 장소를 바꿨다. 특히 시골집은 콘월 포스핀 호숫가에 위치한 1850년대 지어진 집을 빌려서 분홍색으로 칠한 뒤 촬영했다. 

이 영화는 콘월에서 3주간, 런던에서 5주 동안 찍었다. 영국 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콘월은 런던보다 햇볕이 많다. 

런던의 당 르 누아르 카페. 이 곳은 영화처럼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손님을 안내하고 주문을 받는다. 감독은 이 장면은 실제로 조명을 끈 어둠 속에서 찍었다. 

커티스 감독이 유명 모델인 케이트 모스를 좋아해서, 페루 출신의 세계적 사진작가인 마리오 테스티노가 찍은 모스의 사진들을 빌려서 사진전 장면을 촬영했다. 

커티스 감독의 영화답게 이 작품도 음악이 아름답다. 지하철 역 장면에 흘러 나오는 존 보든의 'How Long Will I Love You'를 비롯해 벤 폴즈의 'The Luckiest',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Back to Black' 등 훌륭한 곡들이 많이 들어 있다. 

커티스 감독은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 'The Luckiest'에 영감을 받아 노래 제목을 부제로까지 검토했다.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주인공 역은 '노트북'에 출연한 레이첼 맥아담스가 맡았다. 레이첼은 '시간 여행자의 아내'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어 이 작품까지 3편의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에 출연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결혼식 장면이다. 지미 폰타나의 'Il Mondo'가 아름답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비바람 속에서 벌이는 결혼식 파티는 언밸런스하면서도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결혼식 장면은 콘월의 성 미셀 펜커빌 교회에서 촬영. 

비가 쏟아지는 결혼식 파티 장면은 콘월의 작은 동네 포틀로에서 찍었다.

촬영은 감독이 특별히 원했던 존 굴리세리안이 담당. 감독은 미국 독립영화 '라이크 크레이지'를 보고 굴리세리언을 촬영감독으로 선택했다. 

가슴 뭉클한 부성애를 느끼게 한 아버지 역할은 빌 나이가 연기. 원래 여주인공 역할에 주이 디샤넬이 선택됐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레이첼 맥아담스로 바뀌었다.

어바웃 타임 (2Disc 한정판)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어바웃 타임 (디지북 한정판)
리차드 커티스 감독/Rachel McAdams 출연/Domhnall Gleeson 출연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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