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완득이

울프팩 2011. 10. 29. 20:57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말썽꾸러기 불량학생과 이를 계도하는 선생의 이야기는 1970년대 학창물이래 쭉 이어져온 레파토리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주제를 달리 하려면 갖가지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잘 살려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한 감독의 '완득이'는 성공적이다.

김려령 작가가 쓴 원작 소설의 힘이 크겠지만, 글에서 보여줄 수 없는 역동적인 모습들은 이한 감독이 잘 살렸다.
예를 들어 주인공 완득이를 연기한 유아인의 킥복싱 장면이나 시종일관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옆집 아저씨, 빠르고 거친 말투 속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메시지를 전하는 김윤석이 연기한 담임교사 동주 등의 모습이 그렇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다.
일부러 극적인 이야기를 끼워 넣지도,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멋있는 액션을 삽입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더 사실적이다.
우리네 동네 일상을 지나가다 흘낏 돌아본 것 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

그러면서도 완득과 그의 필리핀인 어머니,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애쓰는 교사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안고 있는 다문화 사회의 문제점들을 간과하지 않았다.
말이 좋아 다문화 사회지, 국내에 들어와 힘들게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

영화에서도 지적하듯, 우리는 이제 생계를 위해 이 땅에 들어와 일하는 그들이 없으면 돌아가기 힘든 사회가 됐다.
그렇다면 법적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과연 우리가 마음을 열었는 지 되묻고 있다.
사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세상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런데 아주 편파적으로 열었다.
자본의 이동은 자유로운 반면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완고하기 때문이다.

자국 노동시장 보호라는 명분으로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제한은 저임금을 강요하는 열쇠가 된다.
결국 자본가와 경제학자들의 놀음으로 등장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자본의 이동은 허용하되, 노동 시장은 묶어놓음으로서 저임금 생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고리를 더 굳건히 한 셈이다.

영화 완득이의 이면에 흐르는 다문화 사회는 바로 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또다른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심심한 이야기가 따뜻하면서도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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