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린다 카터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TV 시리즈 '원더우먼'에서 봤던 린다 카터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인이었다.
1972년 미스월드 USA 1위였던 그는 활짝 웃는 미소가 일품인 용모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원더우먼 팬들을 사로잡았다.
훗날 컬러 TV 시대에 다시 방영된 원더우먼은 한술 더 떠 컬러풀한 의상까지 과시했다.
워낙 린다 카터의 용모가 뛰어나서 원더우먼을 실사로 만든다면 과연 그만한 배우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Wonder Woman, 2017년)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원더우먼을 연기한 갤 가돗은 미모를 앞세운 TV 시리즈와 달리 힘과 화려한 액션을 더했다.
미모는 사람에 따라 린다 카터만 못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과 요란한 스턴트에 의지한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진정한 여전사를 모습을 보여준다.
내용은 원더우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다뤘다.
아마존 여전사들끼리 숨어 살던 조용한 섬에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주인 다이애나가 인간들의 세상에 원더우먼으로 나타나 인간으로 등장한 그리스 신화 속 전쟁의 신 아레스와 대결을 벌이게 된다.
원더우먼의 매력은 가녀린 여성이라는 통념을 깨는 힘과 다양한 무기에 있다.
탱크를 집어던질 만큼 괴력을 지닌 원더우먼은 사람을 포박하면 진실을 술술 불게 만드는 진실의 올가미와 총알뿐 아니라 강력한 광선 무기까지 막아내는 팔찌, 신을 죽일 수 있는 검 등으로 무장했다.
여기에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TV 시리즈에 등장했던 하늘을 나는 투명한 비행기, 벗어서 던지면 부메랑 무기가 되는 머리관 등의 무기도 갖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무기와 행색은 기존 슈퍼맨, 배트맨 등 널리 알려진 슈퍼영웅들과 차별화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여성이라는 점.
원래 1941년에 원작을 만든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몰튼 마스턴 박사는 남성 위주로 흘러가는 세상의 불평등에 맞서는 강력한 여전사로서 원더우먼을 구상했다.
마스턴 박사는 여성의 사랑과 포용력이 세상의 불의와 폭력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와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스턴 박사의 구상과 달리 원더우먼의 외모는 남성들이 좋아하는 예쁘장한 여성의 모습과 비키니나 다름없는 선정적 의상이라는 점이 역설적이다.
어찌 보면 숱한 남성 히어로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이런 모습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젠킨스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원더우먼을 좋아해서 그런지 원작의 설정을 충실하게 잘 살렸다.
특히 원더우먼의 위력을 보여주는 액션을 슬로모션과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통해 적절하게 보여줬다.
물론 갤 가돗의 연기와 매력적인 외모도 현대판 원더우먼에 결코 손색없을 만큼 잘 어울렸다.
새삼 과거의 TV 시리즈의 추억을 소환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재탄생한 원더우먼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빛냈다.
국내 출시된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일반 블루레이와 4K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빼어난 디테일과 칼 같은 윤곽선이 발군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우렁우렁한 저음으로 블록버스터 액션의 묘미를 선사한다.
서라운드 효과도 우수한 편.
안타까운 점은 일부 장면의 한글 자막에서 "데리고 나가"를 "데려 나가"로 잘못 표기했다.
번역이 이상하게 된 것인지 자막의 오타인지 모르겠지만 눈에 거슬린다.
부록으로 추가 장면과 제작과정, 세트, 해변 전투 장면, 원더우먼의 세계와 아마존 여전사들, 제작진과 삭제 장면, NG 장면 등 2시간 이상의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며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더우먼의 고향인 데미스키라섬의 도시는 이탈리아의 마테라에서 촬영.
원더우먼을 창조한 윌리엄 몰튼 마스턴 박사는 거짓말 탐지기를 고안한 심리학자다.
데미스키라섬의 해변 장면은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안에서 촬영.
아마존 여전사들을 재현하기 위해 20여 명의 여성들이 4개월간 체력 훈련을 받았다.
여전사로 참여한 여성들 중에는 흑인 여성 권투선수 앤 울프와 10년간 멀리뛰기 및 철인 6종 경기의 영국 국가대표를 지낸 여성, 12년간 프로 무에타이 선수로 뛴 여성 등이 참여했다.
욕탕 장면에 등장하는 희한한 조명은 인광을 사용했다.
윌리엄 몰튼 마스턴 박사는 아내와 의논해 여성 영웅인 원더우먼을 1941년에 창조했으며 1947년 죽을 때까지 모든 이야기를 완성했다.
원더우먼의 팔찌는 그리스 신화 속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갖고 있는 방패인 이지스로 만들어 총알 등 각종 무기를 막아 낸다.
젠킨스 감독은 1차 세계대전의 전장 장면을 위해 푸른색 연기를 뿌리고 촬영했다. 극 중에서는 청회색으로 보여 비정한 전장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성 감독인 젠킨스는 1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인 존 싱어 서전트의 그림을 참조해 촬영. 서전트는 인물화의 배경을 어둡게 그리면서 인물에 조명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그렸다.
독일군과 전투를 벌이는 마을은 건물 외벽만 만들어 세운 세트다.
다이애나의 어머니인 히폴리타 여왕이 준 황금 올가미는 진실을 털어놓게 만드는 힘을 지녔으면서 강력한 무기 역할을 한다.
독일 마을에서 촬영하는 사진은 1850년대 이래로 사용한 습판 사진법을 이용.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원작 만화와 1970년대 TV 시리즈를 보면 원더우먼의 힘이 황금 벨트에서 나오는 것으로 돼 있다. 즉 벨트를 풀면 힘이 약해진다.
영화에서는 원더우먼이 겉옷을 벗으면 속에 전사의 복장이 나오는데, 1970년대 린다 카터 주연의 TV 시리즈에서는 평상복을 입고 있다가 빙글빙글 회전하면 광선이 번쩍이며 복장이 바뀐다.
아마존 여전사들의 갑옷은 가죽으로 만든 뒤 도금처리를 해서 금속처럼 보이게 했다.
원더우먼의 TV판은 1967년 린다 해리슨 주연으로 처음 나왔다. 1974년에 캐리 리 크로스비 주연으로 두 번째 시리즈가 제작됐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76~79년 방영된 린다 카터 주연의 세 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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