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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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울프팩 2021. 1. 13. 00:27

영화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철민(장혁)은 출장을 다녀왔다가 졸지에 아내 살해범으로 몰린다.

그러나 살해당했다는 아내의 시체는 온데간데없고 방 안에 피만 흥건하다.

 

이때부터 무죄를 주장하는 철민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하정우)와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체가 없는 상태에서 기소를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검사(박희순)의 대결이 시작된다.

손영성 감독의 데뷔작인 '의뢰인'(2011년)은 본격적인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고 나선 작품이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법정 공방의 틀을 국내의 국민참여재판에 도입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로 압축되는 법정 드라마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밀실 추리극이다.

 

아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는 아파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아내의 시체를 놓고 모두가 한판 추리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철민의 과거가 드러나며 사건은 복잡하게 꼬인다. 

 

과연 철민이 살해범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변호사는 오로지 철민의 말만 믿고 무죄를 주장한다.

그러고 보면 실상은 철민과 그를 믿지 않는 모두의 대결인 셈이다.

 

그렇게 영화의 상당 부분은 시신과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 놓고 공방을 벌이는 법정 대결로 흘러간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 같은 드라마는 정작 법정을 벗어나서 실마리가 풀린다.

 

문제는 추리극치고 정교하지 못해 설득력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철민의 과거는 현재의 살인 사건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철민의 과거 사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 부분이 명확해야 철민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설명이 될 텐데 그렇지 못해 철민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박혁권이 연기한 서경사 역시 왜 그렇게 무리수를 두며 과거 사건에 집착하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역시 원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과관계를 풀려다 보니 서경사의 행동이 지나친 집착으로만 보인다.

 

더불어 변호사가 결론에 이르는 과정과 돌발적인 철민의 행동도 보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렇다 보니 꼼꼼한 추리극도 아니고 치밀한 법정 드라마도 아닌 어중간한 드라마가 돼버렸다.

 

장혁, 하정우, 박희순, 성동일, 김성령 등 쟁쟁한 배우들을 동원하고도 미진한 작품이 돼버려 아쉬움이 크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윤곽선이 퍼져 보이고 계단현상이 나타난다.

그만큼 디테일이 떨어지며 모니터에서는 인터레이스드 줄무늬도 보인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손영성 감독은 데뷔작인 이 작품 이후 다른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다.
이대현 전 기자가 판사 역할로 깜짝 출연. 신문사 선배이기도 한 그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국과수 요원, '마더'에서 약국 주인으로 깜짝 출연했다.
각본을 쓴 이춘형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제보자' 등 추리극 형태의 다른 작품들 각본도 썼다. 손 감독도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박희순이 검사, 하정우가 변호사 역할로 등장.
손 감독은 빌리 와일더 감독의 '검찰측 증인', 오토 플레밍거 감독의 '살인의 해부'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