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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제리 맥과이어(4K)

울프팩 2021. 11. 22. 00:15

영화들 중에는 대사로 기억되는 작품이 있다.

카메론 크로우(Cameron Bruce Crowe) 감독의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년)도 그런 영화다.

 

힙합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쇼 미 더 머니'를 크게 외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효시가 바로 이 작품이다.

유명한 스포츠 에이전트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Tom Cruise)가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면서 마지막으로 붙잡고 늘어진 상대가 프로 미식축구(NFL) 선수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 주니어 Cuba Gooding Jr.)이다.

 

하지만 티드웰은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해 명문팀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와이드 리시버다.

그런데도 자존심이 강한 티드웰은 자신을 일류 선수 대접을 해달라며 맥과이어에게 전화로 따라 하라며 크게 소리친다.

 

"Show me the money!!!"

티드웰의 '쇼 미 더 머니'를 여러 번 따라 하며 녹초가 된 맥과이어는 결국 다른 선수와 계약할 기회를 다 날리고 파산지경으로 내몰린다.

 

하지만 나중에 티드웰은 맹활약하며 대사처럼 맥과이어를 일약 돈방석에 앉게 해 준다.

크로우 감독은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인물 간의 긴장관계를 이용해 아주 재미있게 풀어냈다.

 

특히 배역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캐스팅이 영화의 맛을 살렸다.

톰 크루즈는 회사에서 잘 나가던 에이전트였으나 대표에게 밉보여 하루아침에 떨려 난 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맥과이어 역할을 성실하게 표현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감과 좌절, 분노와 슬픔,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헌신적이면서도 기회주의적인 맥과이어의 복잡다단한 면모를 잘 보여줬다.

그런 맥과이어의 모습은 곧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의 얼굴들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면서 때로는 어리석고 때로는 성실한 맥과이어를 응원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공감 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르네 젤위거(Renee Zellweger)와 쿠바 구딩 주니어도 맥과이어와 호흡을 맞추며 그에게 상처 받고 거꾸로 그를 상처 입게 만드는 감초 같은 역할들을 똑 떨어지게 연기했다.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오버 히팅 된 쿠바 구딩 주니어는 적절하게 긴장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했으며, 르네 젤위거는 살면서 우리가 진실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였다.

 

르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예쁘지 않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쩌면 그 부분이 어떤 미녀 배우도 갖기 못한 젤위거의 힘일 수 있다.

 

맥과이어와 주변의 인물들이 벌이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사람을 대하는 법'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돈을 좇아 사람을 대하는 것과 손해를 보더라도 이해관계를 떠나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영화 속에서 'show me the money'는 이해관계를 떠났을 때 찰떡처럼 따라붙었다.

 

물론 현실이 모두 그런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만 맥과이어의 대사처럼 "그러기를 바란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지는 않다.

필름 입자가 거칠게 보이는 가운데 디테일이 떨어진다.

 

그만큼 블루레이와 화질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각 채널별로 쏟아지는 효과음이 공간 전체를 울린다.

여기에 천둥소리와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들어보면 저음이 묵직하게 들린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 장면, 추가 장면과 리허설 장면,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인간적인 스포츠 에이전트의 새로운 도전기를 다뤘다.
록밴드 앨리스 인 체인스의 멤버인 제리 캔트렐이 복사점 직원으로 출연.
제리 맥과이어의 자신만만한 전 애인 에이버리를 연기한 켈리 프레스톤은 존 트라볼타와 결혼했으며 2020년 7월 유방암으로 57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은 위에서 45도로 비스듬히 내려다 본 부감샷이 종종 보인다. 촬영은 '레디 플레이어 원' '스파이 브릿지'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이언일병 구하기' '쉰들러리스트' 등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많이 찍은 야누스 카민스키가 맡았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이 대본도 쓰고 연출을 맡았다. 남자 주인공으로 톰 행크스를 고려했으나 다른 작품 출연 때문에 크루즈로 바뀌었다.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NFL의 수 많은 에이전트들을 만났다.
미식축구선수 티드웰을 연기한 쿠바 구딩 주니어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탔다. 이 작품에는 드류 블레드소, 트로이 에이크먼 등 유명 NFL 쿼터백들도 카메오로 등장한다.
록음악을 좋아하는 크로우 감독은 음악가들을 종종 영화에 출연시킨다. 유명한 록밴드 이글스의 글렌 프라이아 NFL팀 아리조나 카디널스 감독으로 나온다.
원래 여주인공 역은 위노나 라이더가 할 예정이었으나 크루즈와 남매처럼 보여 르네 젤위거로 바뀌었다.
어두운 밤거리에서 크루즈와 젤위거가 마주보고 선 장면은 크로우 감독이 좋아한 TV드라마 '마이 소 콜드 라이프'를 오마주했다.
영화 제작당시 미국 스포츠 에이전트들은 선수들을 상품으로만 보고 돈 벌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내보내 다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크로우 감독은 유명 에이전트인 리 스타인버그와 드루 로젠하우스 등을 만나본 뒤 대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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