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지중해

울프팩 2013. 8. 9. 01:00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지중해'(Mediterraneo, 1991년)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은 영화다.
특히 요즘처럼 푹푹 찌는 여름이나 바쁜 일상에 쫓겨 심신이 지쳐있을 때 보면 영화 속으로 달아나고 싶게 만든다.

내용은 제 2 차 세계대전 때 그리스의 작은 섬에 상륙한 이탈리아 병사들이 평화로운 풍경에 취해 전장의 현실을 잊고 꿈 같은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다.
어찌보면 무릉도원을 꿈꾸는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실화다.

영화는 실제로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의 미기스티섬에 파견된 이탈리아 군인의 수기를 토대로 제작됐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미기스티섬에 찾아가 그림같은 풍경을 필름에 담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에게해, 그 위에 물새알처럼 점점히 떠있는 하얀 집들, 그리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 마을 등 한 폭의 엽서같은 영상들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따라서 영화를 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느슨하게 풀어지고 평화로워진다.

그들이 전장을 잊었듯, 영화를 보는 동안 생각하기 싫은 현실도 함께 사라지는 마법같은 영화다.
하지만 달콤한 여름 휴가 같은 이 작품에도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

바로 마음 한 켠에 서서히 차오르는 휴식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다.
정말 가고 싶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

영화 속 지중해의 물결과 익숙한 그리스의 집들을 바라보면서 2010년 다녀온 그리스의 산토리니섬이 계속 떠올랐다.
영화 속 미기스티섬보다 아름다웠던 산토리니섬의 풍경이 눈물겹게 그립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지글거림이 심하고 링잉이 나타나며 암부 디테일은 모두 묻혀 버렸다.

워낙 풍광이 아름다운 작품이어서  좋지 않은 화질이 더더욱 아쉽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8명의 이탈리아군이 미기스티섬에 상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스의 남동쪽에 위치한 미기스티섬은 요즘은 카스텔로리조로 불린다.
미기스티섬은 한때 1만5,000여명이 살았지만 제 2 차 세계대전때 공습을 받은 뒤 많은 사람들이 섬을 떠나 요즘은 25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다.
병사들의 지휘관인 중위가 벽화를 그리는 성 니콜라스 앤 성 드리트리우스 성당. 1453년에 설립된 이 작은 성당은 지금도 주민들이 마을 행사나 종교 행사들을 치른다.
그 곳에서 병사들은 전쟁을 잊고 아리따운 처녀도 만나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장난꾸러기 같은 병사들과 사랑을 나누는 처녀는 이렌느 그라지올리가 연기. 그는 '레드 바이올린'에서 주연을 했다.
미기스티, 즉 카스텔로리조섬은 그리스 본토에서 가장 먼 섬으로 터키에 가깝다. 이 곳에 가는 사람들은 주로 로도스섬에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건너간다.
이 섬에는 14세기에 지은 붉은 성이란 뜻의 카스텔로 로조가 유적으로 남아 있다. 섬 이름 카스텔로리조는 여기서 유래했다.
병사들이 축구를 하는 공터는 실제 미기스티섬의 공항 활주로다. 비행기가 일주일에 2회 정도 온단다.
망루에는 지금도 그리스 병사들이 영화처럼 경비를 선단다.
그리스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남의 지붕이 나의 바닥이 된다. 그리스 섬들에는 유난히 하얀 집과 교회가 많다. 교회가 많은 이유는 세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흉내만 낸 가짜 교회도 많다.
그들은 햇볕에 취하고 바다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아편에 취한다. 그렇게 섬의 일부가 된다.
이 영화는 마지막 한 줄 뜨는 자막이 압권이다. "도피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다." 절로 탄성이 나오며 더더욱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더더욱 하게 만든다.
병사와 사랑에 빠지는 창녀를 연기한 반나 바르바. "왜 창녀가 됐냐"는 병사의 질문에 "어머니도, 할머니도, 언니도 창녀였다. 논리적이지 않냐"는 답변이 걸작이다.
이 작품은 1992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지중해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 디에고 아바탄투오노 출연; 클라우디오 비가글리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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