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친구2

울프팩 2013. 11. 30. 17:05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개봉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영화 중 진정한 최고 흥행 영화는 2001년 상영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봐야한다는 얘기를 했다.
역대 톱 10에 든 영화 중 유일한 18세 미만은 볼 수 없는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였기 때문.

봉 감독은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동시에 똑같은 영화가 여러 편 걸리는 것도 아니고,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스크린에서 성인 관객으로만 8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지금으로 치면 1,7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당시 '친구' 신드롬은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극장을 찾을 만큼 대단했다.

총각시절 가보고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40, 50대가 수두룩했던 것은 '친구'가 가진 향수 때문이었다.
후크를 걸어 잠그던 검정교복부터 팝송 'Bad Case of Loving You'와 매캐한 소독약의 냄새까지 '친구'는 시청각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젊은 날의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러 곽경택 감독이 새로 개봉한 '친구2'(2013년)를 찾은 것도 마찬가지로 영화 '친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17년의 옥살이 끝에 풀려난 준석(유오성)이 다시 기반을 잡는 얘기다.

곽 감독은 이 과정을 영화 '대부 2'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법으로 풀어 냈다.
준석의 아버지가 부산에서 터전을 잡는 얘기는 '대부 2'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젊은 날의 돈 콜레오네를 닮았고, 준석과 현중(김우빈)이 일어서는 과정은 가족까지 죽이며 적들을 제압하는 잔혹하고 냉철한 알 파치노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대부 2'가 전편 못지 않은 훌륭한 속편이었던데 반해 '친구2'는 전편에 아우라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부족한 속편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친구'처럼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거나 먹먹한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

오히려 전편의 토막영상들을 모자이크처럼 끼워 넣고, 처참한 최후를 맞은 장동건의 죽음을 애써 다른 방향으로 풀어내려는 과정이 모두 전편이 누린 인기의 끄트머리라도 잡아보려는 발버둥처럼 보여 안쓰럽다.
차별화는 주무대가 부산이 아닌 울산으로 바뀌었고, '연극이 끝나고 난 후' 대신 시끄러운 힙합과 클럽이 등장하는 등 다른 공간을 통해 꾀했다.

전기톱이 등장하는 등 잔혹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전편보다 액션도 많이 줄어 내용이 밋밋해졌다.
다만 알아듣기 힘든 진한 경상도 사투리와 "주먹을 쓰는 폭의 시대가 가고 돈이 좌우하는 전의 시대가 왔다"는 유오성의 대사처럼 이권 다툼에 눈 먼 폭력배들의 한계를 드러내는 메시지는 여전하다.

요즘 드라마 '상속자들' 때문에 주목받는 김우빈의 개성 강한 표정이 인상적이었고, 여전히 '친구'에서 걸어 나온 듯 변함없는 보스의 카리스마를 간직한 유오성의 연기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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