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코믹스에서 나온 유명한 만화 '원티드' '시빌 워' '마블나이츠 스파이더맨' 등의 줄거리를 쓴 원작자 마크 밀러는 청소년 시절 열심히 운동을 했다.
왜? 배트맨이나 슈퍼맨같은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의사, 변호사, 과학자 등 구체적 희망을 설계할 때 그의 꿈은 슈퍼히어로였다.
꿈만 꿨던 것이 아니라 친구와 열심히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한 뒤 밤이면 그가 살던 영국의 작은 마을을 순찰을 돌았다.
워낙 조용한 마을이어서 별탈이 없었지만 흉악범이라도 만났다면 체구가 작았던 그는 맞아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어린 시절을 술회했다.
당시 마크 밀러는 친구와 순찰을 돌며 의문을 품었다.
"사람들은 슈퍼히어로 물을 즐기면서 왜 아무도 슈퍼히어로를 따라하지 않는가."
누군가 복면을 쓰고 슈퍼히어로처럼 행동한다면 많은 사람이 동참해 좀 더 살기 좋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의아하고 아쉬웠다.
그런 의문이 낳은 산물이 오랜 세월이 지나 탄생한 마블코믹스의 만화 '킥애스'다.
마크 밀러의 어린 시절 꿈을 알고 나면 왜 킥애스의 주인공이 별 볼일 없는 고교생인지 이해가 간다.
그는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사회 정의를 위해 앞장서는 보통 사람의 슈퍼히어로 시대를 꿈꿨다.
그랬기에, 정말 싸움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등장인물인 빅대디와 힛걸을 제치고 킥애스가 당당히 주인공으로, 제목으로 쓰였다.
여기 동감한 매튜 본 감독이 '킥 애스'(Kick-Ass, 2010년)라는 영화를 내놓았다.
명색이 슈퍼히어로물이지만 보고 있으면 짠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많이 얻어맞는 슈퍼히어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위험한 차력시험 방송에 들어가는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자막처럼 섣부른 공명심을 경계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보통 사람들이 승리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게 된다.
그만큼 이 영화는 기존 슈퍼히어로물과 확연히 다른 선을 그으며 나름대로 슈퍼히어로물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슈퍼히어로물 특유의 박력있는 액션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보통 영웅 킥애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시원한 액션은 빅대디와 힛걸이 쇼킹할 정도로 충족시켜 준다.
특히 힛걸이 11세 어린 소녀여서 사지가 잘리고 피가 튀는 액션이 더 잔혹해 보인다.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어린 시절 꿈이 화려한 영웅담으로 변모한 것을 보면 참으로 경탄할 만한 작품이다.
현란한 액션과 색채, 그리고 피를 끓게 만드는 음악까지 모든게 돋보이는 훌륭한 액션물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 답게 화질이 훌륭하다.
무엇보다 색감이 우수하고 윤곽선이 또렷하게 살아 있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HD 영상의 제작과정과 만화 원작자들의 설명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으며 모두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킥애스 역을 맡은 주연 배우 아론 존슨. 이 작품 외에는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는 영국 배우다.
원작 만화에서 킥애스는 입이 가려진 마스크를 쓰지만 영화에서는 감독의 의견에 따라 입을 드러냈다.
정작 제대로 된 슈퍼히어로는 못난 주인공이 아닌 바로 이들, 빅 대디와 힛걸이다. 아드레날린을 마구 샘솟게 하는 부녀다.
빅 대디와 힛걸은 니콜라스 케이지와 클로이 모레즈가 연기. 벽에 걸린 총기류는 대부분 진짜 총이다.
작품 속 배경은 뉴욕이지만 실제 촬영은 캐나다 해밀턴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그저 그런 학생인 주인공이 자주 가는 아지트 같은 만화가게는 영화 '뱅크잡'에 나온 런던의 은행이다.
매튜 본 감독은 영화의 제작, 감독 및 공동 각본을 썼다. 브래드 피트도 제작에 참여했다.
벽에 걸린 총 그림은 앤디 워홀의 작품이다. 매튜 본 감독은 색약이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주황색을 악당의 색으로 즐겨 사용했다.
극중 그림은 원작의 그림을 그린 존 로미타가 직접 그렸다.
주인공은 여자친구에게 게이로 오해받아 오히려 흉허물없이 지내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원래 대본에 주인공은 게이가 아닌 남창이란 뜻의 렌트보이였다. 미국에 렌트보이란 말이 없다보니 편의상 게이로 표현했다.
극중 향수 간판의 모델은 감독의 부인이다. 원래 기업 광고를 협찬받아 넣으려고 했으나 저예산 영화, 그것도 11세 소녀가 총칼을 휘두르는 내용이다보니 기업들이 협찬을 기피해 광고 사진을 직접 만들어 넣었다.
미스트의 자동차로 쓰인 포드 무스탕. 600마력의 슈퍼차저엔진을 장착했다. 농담인 지 진담인 지 모르겠지만 감독은 연출료 대신 이 차를 받았다고 한다.
빅대디의 진가를 보여주는 창고 격투 장면은 스테디 캠으로 촬영. 그의 의상은 프랑스 경찰의 폭동 진압 장비로 만들었다.
이 작품의 백미는 역시 힛걸이다. 촬영 당시 클로이는 작품 설정과 동일한 11세 소녀였다.
힛걸의 액션은 11세 소녀의 액션치고는 지나치게 잔혹하고 화려하다. 그 점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지만 그 바람에 미국 대형 메이저사들이 처음에 극장 배급을 꺼렸다고 한다.
힛걸의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섬광등 결투 장면은 팬텀 카메라로 촬영.
피가 솟구치는 장면은 스쿼브라는 특수폭약을 사용했다.
총알이 볼을 뚫고 나가는 장면은 배우의 머리 모형을 만들어 촬영.
클로이는 액션 촬영을 위해 토론토 서커스 학교에서 1개월 동안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제트팩 장면은 그린스크린을 이용해 촬영. 제트팩은 실제로 불꽃과 연기가 발생하지 않아 영화에서는 CG로 그려 넣었다.
힛걸의 액션 중 상당 부분은 클로이가 연기했지만 4명의 키작은 스턴트맨들이 일부 액션은 대신 찍었다.
영화 음악은 4명의 작곡가가 공동으로 맡았다. 미카가 부른 주제가도 좋지만 '황야의 무법자' 테마와 클래식 레퍼토리도 영화와 잘 어울렸다.
영화는 마크 밀러의 원작 만화를 상당 부분 충실히 재현했다.
러브 라인 또한 빠질 수 없다. 아론의 여자친구로 나온 배우는 린지 폰세카.
평단의 반응도 괜찮았다. 감독의 우려와 달리 호평이 많았다.
후속편을 예고하는 엔딩. "이 몸이 진짜 맛을 보여주마"라는 대사는 영화 '배트맨'에서 조커로 등장한 잭 니콜슨의 대사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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