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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5. 9. 18:29

팀 밀러 감독의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 2019년)는 한마디로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다.

아니,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만든 영웅들이 돌아왔다.

 

그중에서 단연 반가운 인물은 제작자로 참여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다.

아무래도 터미네이터 1,2편을 감독하며 시리즈를 창시한 인물이어서 그의 귀환은 감독이 아니어도 반갑다.

 

카메론 감독은 단순히 멀찍이 떨어져서 제작에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각본까지 공동으로 쓰며 그동안 팬들이 떠나버린 시리즈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그 노력이 지나쳤는지 정작 연출을 맡은 팀 밀러 감독하고 불화를 빚었다.

카메론 감독은 자신이 낳은 자식 같은 작품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이것이 결국 치명적인 감독 권한에 대한 간섭으로까지 이어졌다.

 

카메론 감독은 촬영 현장뿐 아니라 최종 완성본에 대해서도 의견을 적극 개진해 사실상 그의 작품처럼 만들어갔다.

급기야 팀 밀러 감독은 다시는 카메론과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카메론 감독은 1,2편의 주역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당연히 영원한 터미네이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과거의 T-800 역할을 맡았고 1,2편 이후 사라졌던 린다 해밀튼이 터미네이터의 존재 이유인 사라 코너로 복귀했다.

 

왕년의 콤비만 등장했다면 과거 1,2편과 다를 게 없을 테니 여기에 새로운 인물들이 가세했다.

이제는 늙고 지친 영웅들을 위해 새롭게 등장한 조력자들은 젊고 거친 여성 전사들이다.

 

존 코너 대신 미래의 희망으로 새롭게 부상한 대니 라모스 역을 나탈리아 레이즈가 연기했고, 대니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수호천사 그레이스를 맥켄지 데이비스가 연기했다.

공교롭게 미래의 희망과 그를 지키는 수호천사 역시 모두 여성이다.

 

이제 터미네이터가 그리는 미래는 모두 여성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제작진이 지나치게 여성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올라갔다.

 

비중 있는 남성 캐릭터는 아널드가 연기한 T-800과 미래에서 온 못된 악당 rev-9(가브레일 루나) 뿐이다.

내용은 미래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인류의 지도자인 대니를 지키기 위해 그레이스가 과거로 파견돼 사라 코너, 터미네이터와 함께 미래의 인공지능(AI)이 대니를 해치기 위해 파견한 rev-9과 싸우는 이야기다.

 

기본적인 구성은 터미네이터 1,2와 동일하다.

기계와 인간의 싸움이라는 기본적인 설정 위에서 인류의 미래 지도자를 지키는 싸움이다.

 

그렇다 보니 시리즈 전편을 본 사람들이라면 크게 달라진 것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시리즈가 거듭하며 진화한 악당 로봇이다.

 

이번 작품에 등장한 rev-9의 위력은 막강하다.

자유롭게 변신하며 문을 통과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2편의 액체로봇 특징을 고스란히 지닌 이번 악당은 놀랍게도 손오공처럼 분신술을 쓴다.

 

즉 기본 금속 골격 외에 액체로봇이 분리돼 졸지에 하나가 둘로 늘어나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준다.

사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악당이 막강해야 영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어차피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이 든 사라 코너나 터미네이터 대신 여성 전사인 그레이스의 화려한 액션이 눈길을 끈다.

 

더불어 터미네이터 특유의 자기희생을 가미한 비장함은 여전하다.

그 비장함 속에 인류는 한숨을 돌리며 안도하지만 과연 지도자가 살아남았다고 해서 미래의 삶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계문명에 대해 비관적인 카메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여전하다.

이를 암시하는 결말은 후속 시리즈가 나올 수 있다는 암시를 주지만 동어반복 같은 기본 설정을 벗어나지 않는 한 계속 우려먹는 사골 국물 같은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이 흥행과 비평에서 비판을 받은 모양이지만 터미네이터에서 기대한 기본은 만족시킨 영화다.

막강한 악당에게 쫓기며 심장을 오그라들게 하는 긴장감은 여전하며 그만큼 액션은 스릴 넘친다.

 

특히 맥켄지 데이비스의 여성 터미네이터는 중성적 매력을 발휘한 성공적인 캐릭터였다.

다만 액션이 힘겨워 보인 린다 해밀튼과 아널드는 더 이상 시리즈에서 보기 힘들 것 같다.

 

그들의 액션을 보노라면 영웅들의 활약이 주는 장쾌함 보다 안쓰러움이 앞선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황갈색의 황량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요란한 굉음이 사방 채널에서 쏟아진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 제작과정, 세트, 액션 촬영, 컴퓨터 그래픽 비교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 영상들은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1984년에 시작된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예전 스타들이 참여하며 30여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AI 시대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하다.
미래의 전사들이 과거로 찾아가는 방식은 1,2편과 동일하다.
새로운 미래 여전사를 연기한 맥켄지 데이비스. 1편의 마이클 빈이 연기한 수호천사처럼 기계인간이 아니다. 멕시코 마을 장면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찍었다.
2편에서 자동차 추격전에 참여한 스턴트맨이 6륜 트럭을 대신 운전했다. 6륜 트럭은 유럽의 군용트럭을 개조했다.
카메론 감독은 AI시대에 위기가 닥쳐도 인간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작품에 투영했다. 재미있는 것은 전편에서 미래를 지배한 스카이넷이 아닌 리전이라는 다른 AI가 인류와 전쟁을 벌인다.
린다 해밀튼도 많이 늙었다. 여전사와 미래의 여성지도자가 등장하면서 여성이 여성을 지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놈들이 겁내는 것은 네가 아냐, 네 자궁이지"라는 대사처럼 여성의 역할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맥켄지 데이비스는 근육량을 늘리려고 매일 3시간에 한 번씩 5번 식사를 하면서 운동을 했다.
새로운 로봇악당 rev-9은 분신술 뿐 아니라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데드풀'의 팀 밀러 감독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6번째 영화인 이 작품을 연출했다.
댐의 원경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경 사이에 있는 실제 댐에서 촬영. 터빈 부분을 세트로 만들어 액션 장면을 찍었다.
수송기에서 험비가 추락하는 장면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1Disc 슬립케이스 한정) : 블루레이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2Disc 4K UHD 2D 슬립케이스 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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