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티파니에서 아침을(블루레이)

울프팩 2012. 10. 9. 10:13

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은 영화에서 보여준 패션 덕분에 '오드리 스타일'로 유명하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와 허리를 질끈 조인 긴 스커트를 선보인 '로마의 휴일'과 함께 그만의 또 다른 패션 스타일을 창조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 에드워즈(Blake Edwards)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on Tiffany's, 196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 작품인데도 그가 입고 나온 패션은 꽤 세련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키는 크지 않지만 촬영 당시 40kg도 채 안 되는 깡마른 몸매에 작은 가슴, 인형같이 커다란 눈 등 모델 같은 외모가 이 작품으로 유명해진 지방시(Givenchy)의 패션을 잘 소화해냈다.

그만큼 이 작품은 헵번을 위한 영화다.
그는 공주처럼 우아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매춘부 역을 사랑스럽게 잘 소화했다.

내용은 백만장자와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에스코트 걸이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에스코트 걸 정도로 암시를 주지만 원작 소설에서 여주인공의 직업은 매춘부다.

그런데도 영화 속에서 헵번이 보여준 사랑스럽고 우아한 연기는 그의 직업을 잊게 만든다.
그 점이 원작자인 유명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는 오히려 불만이었다.

사실 카포티는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썼다.
섹스 심벌로서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가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섹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춘부에 잘 어울렸기 때문.

실제로 먼로도 이 역을 하고 싶어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와 접촉했다.
그러나 에드워즈 감독은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헵번을 섭외했다.

만약 배우가 먼로였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다.
적어도 극 중 주인공이 부르는 주제가 'Moon River'는 헵번보다 더 잘 불렀을 것이다.

이 영화는 패션과 더불어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가 작곡한 주제가 'Moon River'도 아주 유명하다.
영화는 보지 못했어도 노래는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극 중에서 헵번이 창가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속삭이듯 불러 더 할 수 없이 낭만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그런데 파라마운트 사장은 내부 시사회 때 이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빼라고 했다.

감독과 헵번이 고집해 삭제를 면했는데, 196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작품이 거머쥔 트로피는 음악상과 주제가상뿐이었다.
만약 그 곡을 뺐다면 그마저도 수상하지 못했을 뻔했다.

여성들의 로망인 티파니(Tiffany)의 보석이 상징하듯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신분상승의 욕망과 진정한 사랑 사이의 갈등을 당시 시대 상황에 버무려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더 할 수 없이 사랑스럽게 표현된 오드리 헵번이 새삼 그리워진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필름 입자가 보이고 윤곽선이 두텁지만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좋은 편이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데, 주로 전방에 소리가 집중됐다.
제작자 음성해설, 제작과정, 오드리 헵번스타일, 티파니 소개, 출연진 회고 등 다양한 부록이 들어있으며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특히 파티 장면 회고와 헨리 맨시니, 동양 배우들의 인터뷰 등은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오드리 스타일을 상징하는 헵번 의상은 할리우드의 유명 의상 담당자 에디스 헤드와 패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맡았다.
뉴욕 57번가와 5번가 교차점에 위치한 유명 보석상 티파니 본점 앞에서 촬영. 당시 일요일 새벽이어서 도로에 차가 없다.
원작은 트루먼 카포티의 중편 소설이다.  극 중 헵번의 아파트로 나온 건물은 74번가에 있다.
이 작품의 최대 실수는 일본인 역을 미키 루니가 한 것이다. 동양 배우 대신 루니가 분장을 하고 연기했는데 감독과 제작진 모두 잘못이라고 인정할 정도로 어색하다. 여기에 뻐드렁니와 동그란 안경, 심술궂고 괴팍한 성격으로 대표되는 잘못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다.
헵번의 고양이는 9마리가 돌아가며 연기. 시끄러운 파티를 끝내기 위해 일본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대목은 배우 딘 마틴의 실화에서 인용했다. 딘 마틴은 부인이 연 칵테일파티가 길어지자 이웃 사람인 것처럼 경찰에 시끄럽다고 신고해 파티를 끝낸 적이 있다.
시대 상황 때문에 이 영화는 흡연 장면이 아주 많다. 모든 배우들이 거의 쉬지 않고 담배를 피울 정도. 긴 담뱃대 때문에 머리에 불이 붙는 장면은 에드워즈 감독의 '핑크 팬더'식 유머다.
가방에 들어 있는 전화기 등 파티 장면에 나오는 다채로운 유머는 대부분 에드워즈 감독 아이디어다. 칵테일파티는 1920년대 미국에 금주법이 발효돼 집에서 술을 몰래 마시며 시작됐다. 1950년대 풍속으로 자리 잡아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다.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유명한 주제가 'Moon River'는 오드리 헵번이 직접 불렀다. 발코니 장면과 아파트 내부는 모두 스튜디오 세트 촬영이다.
유한마담으로 나온 패트리샤 닐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쓴 유명 작가 로알드 달의 부인이다.
원래 이 작품의 감독은 존 프랑켄하이머였다. 그러나 존의 영화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워 블레이크 에드워즈로 교체됐다.
헵번은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조지 페파드의 강렬한 메서드 스타일 연기가 맞지 않아 힘들어했다.
실제 티파니 본점 내부에서 찍은 장면. 티파니는 1837년 코네티컷주 출신 청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가족이 직물과 면화를 팔아 번 돈으로 설립. 미국 국새는 티파니 보석 디자이너 제임스 화이트하우스가 디자인했다. 슈퍼볼의 롬바르디 트로피와 NBA, 나스카, 월드시리즈 트로피도 티파니에서 제작.
헵번은 발이 크고 가슴이 납작한 점을 불만스럽게 여겼으나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이를 장점으로 생각했다. 지방시는 '사브리나'부터 헵번과 같이 일해 평생을 함께 했다. 그러나 헵번은 평소 폴로셔츠와 카프리 바지를 즐겨 입었다.
빈민가에서 자란 헨리 맨시니는 이탈리아인답게 음악을 좋아한 아버지가 피콜로와 플루트를 가르치면서 음악에 눈을 떴다. 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6년간 일하며 125편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다. 그는 미술에도 심취해 추상화 스타일의 수채화를 즐겨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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