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찾는 사람들이 쇼핑을 위해 가는 곳이 있다.
피렌체 외곽에 있는 프라다 아울렛과 아르노강에서 가까운 페라가모 본사, 그리고 화장품으로 유명한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이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브랜드의 시초는 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Chiesa di Santa Maria Novella)이다.
피렌체의 기차역인 산타마리아노벨라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이 건물은 도미니크 수도회의 대표적 성당이다.
[피렌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인 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
성당 본채는 1278년 착공해 1350년 완공됐고 건물의 얼굴격인 정면, 즉 파사드는 1456년부터 1470년에 걸쳐 새로 만들었다.
본채부터 파사드까지 모두 10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완성된 셈이다.
이 성당은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파사드로 유명한데 르네상스 시대의 훌륭한 예술가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설계한 작품이다.
피렌체의 상징물인 두오모처럼 흰색과 분홍색, 녹색 등 3색의 대리석을 이용해 꽃처럼 장식했고, 꼭대기에 둥그런 장미창 양쪽으로 소용돌이 문양의 날개를 붙여 독특한 모양새를 만들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려면 건물 오른편에 나무가 보이는 출입문으로 들어가서 매표소에서 표를 사야 입장할 수 있다.]
덕분에 상당에 삐죽솟은 장미창 부분이 지붕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건물 전체의 위용을 자연스럽게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알베르티가 구현한 이런 방식은 훗날 이탈리아 전체로 퍼지며 이탈리아 건축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알베르티는 금융업으로 엄청난 재산을 모은 알베르티 가문에서 서자로 태어났으나 24세때 볼로냐 대학에서 법학박사를 받을 만큼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건축뿐 아니라 그림, 음악, 희곡, 수학 등 다방면에 능력을 발휘한 천재였다.
[광장에서 보면 별로 커보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의외로 깜짝 놀랄 만큼 공간이 넓다.]
알베르티는 피렌체의 성요한 세례당에서 영감을 얻어 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의 파사드를 구상했다.
꼭대기를 장식한 삼각형 팀파눔은 로마의 판테온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팀파눔 안에 아기예수의 얼굴을 새겨 넣었고 주변을 도미니크 수도회의 상징인 이글거리는 태양 문양으로 장식했다.
팀파눔 아래 커다란 원 모양의 장미창은 화가인 도메니코 기를란디요가 디자인했다.
[성당 내부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인 토르나 부오니 예배당. 이 곳을 장식한 기를란디요는 중앙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중심으로 좌우 양옆에 성모와 세례 요한의 일대기를 프레스코화로 그려 놓았다.]
미켈란젤로는 성당의 아름다운 정면을 보고 "나의 신부"라며 극찬을 했다.
성당의 정면에서 잘 눈에 띄지 않으나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성당 입구의 양 옆에 위치한 천체기구들이다.
출입구를 바라봤을 때 왼쪽에 붙어 있는 것은 밤과 낮의 길이가 동일한 춘분과 추분을 알려주는 천체관측기인 청동 주야평분기다.
[기를란디요는 사실적인 인물묘사와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토르나 부오니 예배당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실제로 보면 엄청난 높이의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그림들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오른쪽에 붙어 있는 것은 해시계 겸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대리석 사분의다.
두 기구는 모두 도미니크수도회 소속의 수사이며 피렌체의 천문학자겸 지도제작자였던 단티가 1555년부터 1586년에 걸쳐 만들었다.
단티는 이 기구들을 활용해 그때까지 썼던 로마시대의 율리우스력과 태양력 사이의 오차를 정확하게 계산해 바로잡았다고 한다.
이 성당은 외부 뿐 아니라 내부 또한 르네상스 문화 유산의 보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걸작들로 가득하다.
[허공에 떠있는 조토의 십자가.]
우선 어른 1인당 7.5 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성당에 들어서면 정면 중간에 십자가가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십자가는 조토(지오토)가 1288~1289년 사이에 그린 작품이다.
제단을 향하고 섰을 때 왼편 벽에는 유명한 마사치오의 '성삼위일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최초로 원근법이 사용된 그림으로 유명하다.
[마사치오의 유명한 작품인 '성 삼위일체'. 그림 밑에 있는 해골이 누워 있는 석관 또한 그림이다. 해골 위에 '나는 과거의 너일 수 있으며, 너 또한 나와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예수 뒤에 배경을 보면 마치 구멍을 뚫은 것처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배경이 묘사돼 있다.
당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마사치오가 성당 벽에 구멍을 판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성당 내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토르나 부오니 예배당이다.
중세시대 이탈리아 성당들은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에게 성당의 일정 공간을 그들에게 헌정한 예배당으로 조성했다.
[본명이 안드레아 디 보나우토인 화가 안드레아 디 피렌체가 성당 부속 건물인 스페인 예배당에 그린 엄청난 규모의 벽화. 예수의 일대기를 그려 놓았다.]
그래서 유명 성당들은 내부에 다양한 가문의 이름이 붙어 있는 여러 예배당을 갖고 있다.
토르나 부오니 예배당은 피렌체를 통치했던 메디치 가문과 사돈이기도 한 부오니 가문이 많은 돈을 내고 산 공간이다.
여기에 성당 정면의 장미창을 장식한 유명화가 기를란디요가 그린 프레스코 연작화가 있다.
미켈란젤로의 스승이었던 그는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의 일생을 아름답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성당의 묘비 공간. 양쪽 벽면과 바닥을 가득 메운 석판들이 모두 이 곳에 묻힌 사람들의 묘비다.]
성당은 본채 외에도 다양한 부속건물을 갖고 있으며 한 켠에 이 곳에 묻힌 사람들의 묘비가 줄줄이 놓여 있다.
묘비라고 해서 동양식 비석이 아니라 대리석 석판에 이름을 새겨 바닥이나 벽에 붙였다.
중세시대 유력 가문이 성당에 많은 돈을 냈던 이유는 예배당 확보와 더불어 죽은 뒤 묻힐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곳에 예배당을 갖고 있거나 유력인사였던 인물들이 이 곳에 안장됐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의 안뜰.]
더불어 성당은 볕이 잘 드는 사각형의 커다란 안뜰을 갖고 있다.
이 곳은 그냥 넓은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약초와 꽃, 나무를 길렀으며 이렇게 재배한 식물로 성당의 부속 약국에서 화장품과 의약품 등을 만들었다.
지금은 화장품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시작은 약품이었다.
성당의 수도사들은 1221년 피렌체에 정착한 뒤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약국을 만들었고, 직접 기른 식물을 이용해 각종 소독용품과 연고 등을 조제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 화려한 간판이 없어 입구를 지나칠 수 있다.]
브랜드 공식 명칭은 오피시나 프로푸모 파르마체우티카 디 산타마리아노벨라(Officina Profumo Parmaceutica di Santa Maria Novella)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는데, 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의 화장품판매소 및 약국이라는 뜻이다.
약국을 찾아가려면 일단 성당 밖으로 나가서 광장을 지나 우측으로 꺾어져 길을 따라 4,5분 정도 걸으면 오른편에 들어가는 작은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입구가 화려하거나 요란한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나 잘 찾아야 한다.
약국은 내부가 화려해 굳이 화장품을 사지 않아도 둘러볼 만 하다.
[약국 내부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실내 장식으로 가득하다. 지금도 400년전에 사용한 제조기법과 원료들을 이용해 다양한 화장품과 약품등을 만든다.]
중세 시대 약품이나 향수를 제조했던 방과 판매 장소 등이 그대로 보존돼 지금도 사용되고 있어서 둘러볼 수 있으며 다양한 상품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이 곳에서 많이 구입하는 제품은 '고현정 크림'으로 유명한 수분 크림 '크레마 이드랄리아'(Crema Idralia)다.
원래 화상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뛰어난 보습 및 피부 재생효과 덕분에 수분크림으로 쓰인다.
[이탈리아 정부는 1866년에 성당 재산을 몰수해 약국을 국영회사로 만들었으나 훗날 다시 성당에 넘겨줬다. 1990년대 에우제니오 알판데리가 대표를 맡으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배우 고현정을 비롯해 김희선, 고소영 등 많은 스타들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제품명이 기억나지 않으면 이탈리아 점원에게 우리말로 고현정 크림이라고 얘기해도 제품을 내 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표 상품이다.
이밖에도 소독수로 개발된 장미수, 향수 등이 유명하다.
한글로 작성된 제품 리스트가 있으니 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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