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번가의 기적

울프팩 2007. 3. 2. 14:39
윤제균 감독의 영화가 많이 달라졌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웃음 뒤에 감춰진 쓰라린 눈물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깊이가 생겼다.

'1번가의 기적'(2007년)은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낭만자객' 등 강도높은 웃음에 주안점을 두었던 그의 전작들과 달리 웃음과 더불어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재개발지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철거용역 깡패의 애환이 주된 이야기.

윤 감독은 3류 깡패, 여자 복서, 당돌한 어린 남매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의 윤기를 더 했다.
양아치 연기의 달인 임창정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 더 할 수 없이 훌륭했고 복서를 연기한 하지원의 연기도 그럴 듯 했다.

영상도 훌륭하다.
과거와 현재를 빠르게 넘나드는 교차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밀고 나가는 윤 감독의 연출 솜씨는 변함이 없었다.

특히 압권은 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아이들이 뒤돌아서서 울면서 '두꺼비' 노래를 부르는 장면.
더할 수 없이 고단하고 신산한 삶의 모습이 진하게 녹아있는 명장면이었다.

갈 수록 세상살이가 힘들어서 그런가, 요즘 우리 영화들은 이 작품처럼 하나같이 고단한 삶을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하루 하루 버티고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싶을 만큼 빡빡한 삶을 사는 인생들이 수두룩하다.

결국 영화에서 말한 기적도 그런게 아닐까.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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