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메모장

대통령 노무현

울프팩 2009. 5. 24. 10:36
대학 시절,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른 그해 11월에 소위 '5공 청문회'가 열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 설립비리를 밝히기 위한 청문회였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민주당 부산동구 초선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날카로운 발언으로 청문회장을 호령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때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도들에 맞선 불가피한 자위권 발동이라는 발언을 하고 돌아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살인마"라는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명패를 집어던져 수 많은 사람들의 울분을 대신했다.

그때가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연장선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후 그는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리게 됐다.

돌이켜보면 그는 386세대의 아이콘같은 존재였다.
그가 걸어온 길은 80년대 뜨거운 가슴으로 민주화를 열망하며 거리에 섣던 사람들과 행보를 같이 한다.

대통령 후보 시절 지지 모임에서 민중 가요를 부르던 모습도 정치가로서는 낯선 일이었지만 신선한 감동을 자아냈다.
그만큼 같은 일을 겪고 같은 노래를 부른 386 세대로서는 처음으로 동질감을 느낀 대통령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서거가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정치적 공과를 떠나 인간 노무현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 정권은 본의 아니게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정치적 핍박을 가한 꼴이 됐다.
국민들 또한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갖게 됐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부끄러움과 회한과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함께 심어 준 날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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