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오타루 여행기 - '러브레터'의 고향

울프팩 2008. 2. 2. 15:05

이와이 슈운지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명작 '러브레터'를 떠올리면 주인공을 연기한 나카지마 미호가 하얀 눈 벌판에 홀로 서서 먼 산을 향해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장면이 생각난다.
미호가 애절하게 사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며 안부를 묻던 장소가 바로 오타루다.

홋카이도 원주민인 이누이족 말로 '모래가 많은 바다'라는 뜻의 오타루는 일본 최북단인 홋카이도 섬에 있는 소도시다.
겨울철에 맞는 제철 여행을 하기 위해 3박4일의 여정으로 홋카이도를 찾았다.
어렸을 때는 홋카이도 못지않게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는데, 온난화의 영향으로 눈구경하러 해외를 가야할 판이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홋카이도를 가려면 인천공항에서 매일 1회 출발하는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면 된다.
걸리는 시간은 어림잡아 2시간 30분.
공항에서 삿포로시는 JR특급을 타고 약 30분 정도 걸린다.

삿포로시 호텔에 여정을 풀고 다시 JR기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기차로 35분가량 걸리니 먼 곳은 아니다.
요금은 1인당 편도 620엔.

그렇게 도착한 오타루는 작고 아담한 도시다.
운하 근처 유명 명소가 모여있는 거리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할 정도로 아기자기하며 예쁜 가게들이 많다.

워낙 아담한 도시여서 걸어다니며 서너시간 정도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영화속 명소를 두루두루 찾아다니며 '러브레터'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미스터 초밥왕'의 고향답게 오타루의 명물로 유명한 생선회도 즐기며 오타루 정취에 젖고 싶다면 하루 정도 묶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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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삿포로 역에서 JR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파우더처럼 고운 가루 눈이 펑펑 쏟아졌다. 어찌나 많이 오던지 눈 앞을 가리는 안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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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역에 내려서 오타루 운하를 향해 걸어내려가는 도중에 위치한 데누카 골목.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에 장난감처럼 작은 요리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언뜻보면 영화 세트장으로 착각할 만큼 작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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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운하.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물자를 나르는 중요한 통로였다. 운하 주변에 위치한 창고는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은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쓰인다. 창고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면 알겠지만 엄청 춥다. 운하 옆으로 난 눈 덮인 길을 걷는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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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맛있다는 횟집과 케이크집, 유리공방, 오르골당들이 모인 쇼핑거리. 굳이 사지않고 지나가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을 만큼 예쁜 집들이 많다. 걷다가 추우면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구경하며 몸을 녹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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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우연히 얻은 명장면. 서쪽 하늘 너머로 연분홍 노을이 지는 가운데 건물에 은은한 불빛이 들어오며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건물은 초콜렛으로 유명한 르타오 본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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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타오 본점 건너편에 위치한 오르골당. 옆에 작은 시계탑이 바로 매 시간 15분마다 증기를 뿜는 증기시계탑이다. 르타오 본점과 오르골당이 위치한 이곳이 메르헨 교차로다. 길거리 어디나 수북히 쌓인 눈, 눈으로 덮인 도로가 정말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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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당 내부 모습. 온갖 기기묘묘하고 화려한 오르골들이 각종 음악을 울려대는 곳이다. 3층으로 돼 있으며 1, 2층은 각종 오르골을 구경하며 살 수 있고, 3층은 직접 부품을 골라서 오르골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모양은 예쁜데, 가격이 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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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당에서 르타오 본점을 바라본 모습. 자동차가 나오는 골목이 일종의 펜시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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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시거리에 위치한 가게들마다 대부분 귀엽고 예쁜 모양의 눈사람을 만들어 세워놓았다. 이 거리에 위치한 가게중에 잊을 수 없는 집이 바로 슈크림 제과점. 2층에서 개당 60엔에서 80엔정도 하는 슈크림빵을 사면 커피가 공짜다. 언 몸을 녹이며 먹는 슈크림은 절로 눈이 감겨질 만큼 맛있고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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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5시만 되면 오타루는 완전 밤이다. 장난감 골목같은 데누카 골목이 밤이 되면 이렇게 화려하게 변신한다. 사진찍기 좋은 예쁜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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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운하에서 데누카 골목을 바라본 모습. 팔각정 같은 건물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곳이 데누카 골목이다. 길거리에 켜진 은은한 불빛의 가스 가로등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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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타루 운하의 야경을 보면 오타루 관광은 끝이다. 물 위에 비친 가스등과 창고에 매달린 고드름이 설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돌아오는 JR기차는 저녁 7시반 정도까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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