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슈운지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명작 '러브레터'를 떠올리면 주인공을 연기한 나카지마 미호가 하얀 눈 벌판에 홀로 서서 먼 산을 향해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장면이 생각난다.
미호가 애절하게 사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며 안부를 묻던 장소가 바로 오타루다.
홋카이도 원주민인 이누이족 말로 '모래가 많은 바다'라는 뜻의 오타루는 일본 최북단인 홋카이도 섬에 있는 소도시다.
겨울철에 맞는 제철 여행을 하기 위해 3박4일의 여정으로 홋카이도를 찾았다.
어렸을 때는 홋카이도 못지않게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는데, 온난화의 영향으로 눈구경하러 해외를 가야할 판이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홋카이도를 가려면 인천공항에서 매일 1회 출발하는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면 된다.
걸리는 시간은 어림잡아 2시간 30분.
공항에서 삿포로시는 JR특급을 타고 약 30분 정도 걸린다.
삿포로시 호텔에 여정을 풀고 다시 JR기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기차로 35분가량 걸리니 먼 곳은 아니다.
요금은 1인당 편도 620엔.
그렇게 도착한 오타루는 작고 아담한 도시다.
운하 근처 유명 명소가 모여있는 거리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할 정도로 아기자기하며 예쁜 가게들이 많다.
워낙 아담한 도시여서 걸어다니며 서너시간 정도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영화속 명소를 두루두루 찾아다니며 '러브레터'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미스터 초밥왕'의 고향답게 오타루의 명물로 유명한 생선회도 즐기며 오타루 정취에 젖고 싶다면 하루 정도 묶는 것도 괜찮다.
오타루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운하.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물자를 나르는 중요한 통로였다. 운하 주변에 위치한 창고는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금은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쓰인다. 창고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면 알겠지만 엄청 춥다. 운하 옆으로 난 눈 덮인 길을 걷는 운치가 있다.
아주 우연히 얻은 명장면. 서쪽 하늘 너머로 연분홍 노을이 지는 가운데 건물에 은은한 불빛이 들어오며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건물은 초콜렛으로 유명한 르타오 본점이다.
르타오 본점 건너편에 위치한 오르골당. 옆에 작은 시계탑이 바로 매 시간 15분마다 증기를 뿜는 증기시계탑이다. 르타오 본점과 오르골당이 위치한 이곳이 메르헨 교차로다. 길거리 어디나 수북히 쌓인 눈, 눈으로 덮인 도로가 정말 이국적이다.
오르골당에서 르타오 본점을 바라본 모습. 자동차가 나오는 골목이 일종의 펜시거리다.
오타루 운하에서 데누카 골목을 바라본 모습. 팔각정 같은 건물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곳이 데누카 골목이다. 길거리에 켜진 은은한 불빛의 가스 가로등도 예쁘다.
마지막으로 오타루 운하의 야경을 보면 오타루 관광은 끝이다. 물 위에 비친 가스등과 창고에 매달린 고드름이 설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돌아오는 JR기차는 저녁 7시반 정도까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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