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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와일드 번치(SE)

울프팩 2006. 4. 22. 12:08

폭력 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위대한 걸작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1969년)가 골든레이블 DVD로 새롭게 나왔다.
기존판과 달리 영상을 애너모픽 처리했으며 음성해설은 물론이고 2장의 디스크에 걸쳐 수록한 부록에 모두 한글 자막을 집어넣었다.

이 영화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이다.
서부 시대 마지막 무법자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사실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폭력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막판 주인공들이 멕시코 반란군과 벌이는 총격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슬로 모션 처리를 통해 한 편의 군무를 보는 것처럼 처절하면서도 황홀한 그림을 보여준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

 

더러 지글거리고 윤곽선도 두터운 편이지만 색감도 괜찮고 볼 만하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부터 아이들이 전갈을 개미떼 사이에 밀어 넣어 죽는 것을 보며 즐기는 충격적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은 막판 무법자들의 처절한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 컷이다.
초반 윌리엄 홀든 일행이 추적대와 요란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멕시코 파라스시의 이달고 광장에서 촬영.
무법자 일행이 멕시코 마을을 떠날 때 배경에 깔리던 '제비'는 참으로 서정적이다.
다리 폭파 장면은 당시 하천이 너무 얕아 하류를 막아 수위를 높인 다음 촬영.
무법자 일행으로 나온 윌리엄 홀든, 어네스트 보그나인, 워렌 오츠와 벤 존슨.
멕시코 반란군 장군으로 나온 에밀리오 페르난데즈는 멕시코의 유명한 감독이다.
8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잡은 유명한 죽음의 광장 총격전.
오직 대의명분을 위해 실리도 없는 총격전을 벌여 죽어가는 무법자 일행은 어찌 보면 맹목적일 정도로 낭만적인 고전 서부극의 영웅주의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꼬집는다.
피투성이가 된 두 영웅이 마지막 죽음의 총격전을 앞두고 엄폐물 뒤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이 앵글은 낯설지 않다. 슬로 모션 총격전과 사람이 죽어가는 순간을 집요하게 잡은 카메라, 영웅들의 마지막 교감 등은 모두 '첩혈쌍웅' '영웅본색' 등 홍콩 누아르에서 그대로 되풀이된다.
너무나도 유명한 엔딩. 당시 주춤하던 윌리엄 홀든은 이 영화로 다시 주목받았다. 촬영 당시 그는 50회 생일을 맞았다.
영화 속에서 스러져간 무법자들처럼 샘 페킨파도 50대 한창 나이인 1984년 세상을 떴다. 그는 젊은 날에 알코올 중독, 말년에 코카인을 탐닉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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