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The Piano, 1993년)는 잘 만든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관습의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 여인이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페미니즘 메시지를 아름다운 영상과 꿈결같은 음악,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 속에 잘 소화했다.
덕분에 재미도 있으면서 주제가 뚜렷이 전달되는 훌륭한 작품이 됐다.
마치 영상과 음악으로 시를 쓰듯 이야기를 풀어낸 이 작품의 수훈갑은 단연 촬영 감독인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와 서정적인 음악을 만든 마이클 니먼이다.
물론 여류 감독 제인 캠피온의 각본과 연출이 훌륭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2장의 디스크로 다시 나온 SE판 DVD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지원한다.
화질은 샤프니스도 떨어지고 화소도 약간씩 뭉개지는 등 그저 그런 편이다.
화질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영상미가 배로 살아났을텐데 아쉽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파도소리 등 각종 효과음의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감독, 음악감독 등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무려 1시간이 넘는 감독 인터뷰 장면은 뉴스화면처럼 시종일관 감독의 얼굴만 보여줘 다소 지루하다.
<파워 DVD 캡처 샷>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은 촬영감독 스튜어트 드라이버그는 원래 조명 담당 출신이다.
드라이버그는 뉴질랜드 숲 속을 뿌연 안개와 푸른 색조로 뒤덮인 물 속 같은 분위기로 연출했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홀리 헌터는 극중 모든 피아노 곡을 직접 연주했다. 그만큼 그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고 있다.
홀리 헌터와 더불어 이 영화에서 돋보인 배우는 촬영 당시 9세였던 안나 퍼킨이다. 노래, 춤, 체조 등 못하는게 없던 그는 영악한 소녀 역을 징그러울 정도로 잘해냈다. 그 바람에 캠피온 감독은 없애버리려고 했던 딸 역할을 그대로 살렸다.
제인 캠피온 감독은 여성의 성을 억압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이 성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렸다.
여주인공이 말을 안하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성의 지위를 상징하며 또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울러 피아노는 여주인공의 분신이자 문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상징적인 구릉들.
질투와 분노 끝에 여성을 파괴하는 남성의 모습을 열연한 샘 닐은 뉴질랜드 출신이다.
마이클 니먼은 스코틀랜드 민요를 편곡해 서정적인 음악들을 만들었다.
홀리 헌터는 의외로 다재다능하다. 피아노를 묶은 밧줄에 발이 끌려 바다에 빠졌다가 떠오르는 장면은 다이빙이 취미인 그가 직접 연기했다.
캠피온은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50년 사상 처음으로 상을 받은 여성 감독이 됐다. 작품을 만들도록 후원한 사람 가운데에는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 빠르듀의 동생 앨런 드빠르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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