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2005년)은 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가장 히트한 영화다.
한국전쟁 당시 강원도 오지 산골에서 맞닥뜨린 국군과 인민군이 순박한 산골 사람들 덕분에 동화돼 친구처럼 지낸다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와 묵직한 반전 메시지를 판타지풍 영상에 실어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게 전달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 특히 강원도 사투리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며 웃음을 선사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음악도 훌륭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의 화질은 평범하다. 텔레시네와 색보정을 미국 전문업체에서 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색감이 전체적으로 약간 뜨는 편이다.
아울러 윤곽선의 선명도를 강조하다보니 일부 장면에서 이중 윤곽선과 간간히 플리커링도 보인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체적으로 히사이시 조의 배경음악이 편안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무난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2장의 디스크에 나눠서 수록된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의 부록은 양은 많지만 설명은 부족한 편.
<파워 DVD 캡처 샷>
광녀로 등장한 강혜정의 연기도 좋았다.
동막골의 무대가 된 곳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평창군은 동막골 세트를 그대로 놔둔채 관광지로 쓰고 있다.
이념의 틈바구니에 낀 백성들은 무슨 죄인가. 남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화면이다.
미군기를 추락시키는 나비떼, 눈송이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팝콘 벼락 등 영화에는 곳곳에 판타지같은 장면들이 등장한다.
동막골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감자밭을 습격한 멧돼지는 적이었던 국군과 인민군, 순박한 동막골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런점에서 멧돼지는 외세를 상징하는 존재같다.
적도 친구가 되는 동막골의 축제. 국군, 인민군, 미군, 동막골 주민이 모두 하나가 돼서 돌아간다.
동막골을 인민군 기지로 오인한 미군은 특공대와 폭격기 편대를 보낸다. 특공대에 맞서 함께 싸우는 국군과 인민군. 이 장면 때문에 이 작품은 반미영화라는 오해를 받았다.
미군 폭격기편대의 폭격 장면을 비롯해 이 영화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보다 많은 700컷 이상의 컴퓨터 그래픽이 쓰였다.
'연애의 목적'(2005년)은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고윤희 작가의 시나리오를 한재림 감독이 필름에 담은 작품이다. 말 그대로 남녀가 연애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묻는 이 작품은 도발적이고 직선적인 대사가 매력이다.
작가는 숱한 남녀들이 연애를 하는 이유가 정사에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듯 하다. 그래서 영화는 박해일이 강혜정에게 날리는 "자고싶다"는 대사로 시작해 강혜정의 애인이 강혜정에게 묻는 "잤냐?"는 대사로 끝난다.
특히 주인공 박해일은 연애와 사랑은 별개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 인물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축약판 같다. 그 바람에 영화는 시종일관 쿨한척하며 자극적인 영상과 대사로 점철된다.
그런 점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비슷한 느낌이다. 반면 박해일의 연기변신을 보는 얕은 재미는 있지만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비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부족한게 흠.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올해 나온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질이 그저 그렇다. 무엇보다 색감이 탁한게 흠.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이병우의 맛깔스런 기타 연주를 잘 살렸다.
<파워 DVD 캡처샷>
이 영화는 박해일이 살렸다. 그는 언뜻보면 최양락같은 말투와 몸짓으로 건들거리는 선생 역을 그럴듯하게 연기해 '살인의 추억'과는 180도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비윤리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는 희한하게도 학교다. 운동장에 서있는 학생들은 가운데 한 줄만 제외하고 모두 컴퓨터그래픽이다. 촬영이 이뤄진 곳은 신일고.
박해일은 새로 온 교생 강혜정을 유혹하기 위해 건들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원래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불렀는데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아 다시 'Happy Together'로 바꿔 불렀다. DVD의 삭제장면에 들어있는 'Can't Take...'과 영화에 들어간 'Happy...'를 들어보면 박해일의 노래 솜씨는 괜찮은 편이다.
박해일의 집요함이 결국 결혼날짜까지 받아놓은 강혜정을 굴복시켰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대화에 의존해 영화가 진행되다보니 투 샷이 많다. 또 사실감을 강조하기 위해 핸드헬드기법도 많이 쓰였다.
올해 강혜정은 바쁘다. '올드보이'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 작품과 '웰컴투 동막골'을 번갈아 촬영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스토커에 가까운 박해일의 집요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작가는 길 위를 덮은 하얀 눈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연애의 공식을 정화하려 한다. 길 위에 깔린 하얀 눈은 소금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2003년 나온 영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음악, 연출, 연기, 영상 등 모든 것이 너무나도 훌륭했던 작품이다.
특히 설정이 기가 막혔다. 15년을 갇혀있다가 풀려난 최민식의 복수극인줄 알았으나 실상은 유지태가 그려놓은 더 큰 복수극이라는, 상자를 덮는 또다른 상자같은 설정부터 막판 충격적인 반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내러티브를 갖춘 작품이다.
그렇기에 DVD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에 나온 일반판 DVD는 극장에 비해 어둡고 거친 화면때문에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얼마전 나온 FE는 색보정과 부록을 추가해 말끔해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화질과 색감 모두 괜찮은 편이다. 어두운 장면이 많아 걱정했으나 암부디테일도 잘 살아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괜찮은 편. 무엇보다 극장에서 묻혔던 초반 대사를 제대로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풍부한 부록 가운데 박감독과 정정훈 촬영감독의 음성해설은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영화 제작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모로 배울게 많다.
<파워 DVD 캡처 샷>
이 작품은 초반부터 역광을 이용해 인물을 강조한 영상으로 강렬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블리치 바이 패스기법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은은한 질감을 살렸다. 블리치 바이 패스란 필름 현상시 은입자를 씻어내는 표백과정을 건너뛰는 방법으로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폭이 커져 콘트라스트가 강조된다. 박감독은 처음에 너무 흔한 블리치 바이 패스를 반대했으나 약하게 하겠다는 정정훈 촬영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여 이를 채택했다.
극단적 양식미를 강조하기 위해 10밀리 광각렌즈로 촬영한 장면.
라이트에 그린을 많이 얹어 전체적으로 녹색기조가 강하다.
1년에 한땀씩 손에 문신을 새기는 이 장면은 놀랍게도 최민식의 손에 직접 새겼다. 처음에는 모형 손을 사용했으나 살이 밀리는 장면을 재현할 수 없어 최민식이 직접 연기했다.
다소 판타스틱한 장면. 한강 고수부지에서 찍었다.
시간 경과를 나타내기 위해 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 하늘 윗부분의 색깔을 달리 표현했다.
이 장면은 개각도 변환과 속도 변화를 같이 주는 RCU라는 장치를 카메라에 부착해 촬영. 이를 이용하면 한 테이크 내에서 빨라졌다가 느려지는 등의 속도변화를 줄 수 있다.
세트가 아닌 실제 부산 일식집에서 촬영한 장면. 강혜정이 입고 있는 옷은 요리사 복장이 아닌 스페인의 명품 브랜드 의상이다. 얹은 머리는 가발.
유명한 산낙지 먹는 장면. 최민식은 독실한 불교신자여서 생식을 안한다. 그래서 이날 처음 산낙지를 먹었다는 후문.
역시 환상적인 장면. 개미의 더듬이는 나무로 깎아 만든 실물. 여기에 컴퓨터그래픽으로 털을 그려 넣었다.
지난해 만두 파동이 났을 때 최대 피해자는 오대수라는 농담이 돌 정도로 유명했던 군만두 장면. 이 장면의 얼굴과 손은 따로 찍어 CG로 합성했다.
카메오 출연한 중국집 배달부역의 용이 감독.
사설 감옥들을 감시하는 모니터 화면은 일일이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영상들이다.
생이빨을 뽑는 끔찍한 장면. 망치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모형이다.
한 테이크 장면으로 화제가 된 유명한 장도리 액션. 그러나 실제로는 17번이나 재촬영을 했다. 칸 영화제에서 서극 감독이 물었다는 최민식 등에 꽂힌 칼은 CG로 그려 넣은 것. 칸 영화제 시사때 이 장면 말미에 박수가 터졌다.
일명 '메뚜기 요가'로 불린 이 장면은 유지태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들어올렸다. 광각렌즈로 천천히 조여들어가는 카메라 움직임이 일품이다.
이 작품에 처음 출연해 주목받은 신인 윤진서. 그는 이 장면때문에 30분만에 자전거를 배웠다. 회상 장면인 이 부분은 아날로그 색감을 위해 풀링 과정을 거쳤다. 풀링이란 노출 과다로 촬영해 현상때 한 스텝 올리는 방법. 콘트라스트와 채도가 약해진다.
이 장면은 유지태와 최민식, 뒤에 걸린 사진까지 모두 또렷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두 사람을 따로 찍은 뒤 CG로 합성을 했다.
여백을 충분히 살린 시네마스코프 구도. 이 작품의 감춰진 특징은 패턴이다. 벽지, 옷, 우산, 보라색 선물상자 등 여러가지 소품에 분위기를 나타내는 비슷한 문양들이 등장한다.
유리창에 날아가 부딪치는 이 장면을 촬영하던 중 최민식의 대역을 한 스턴트맨은 등이 찢어지는 커다란 부상을 당해 결국 스턴트맨을 그만뒀다는 후문.
이 부분은 자세히 보면 포커스 아웃, 즉 초점이 안맞은 NG화면이다. 그런데도 박감독이 이 장면을 쓴 이유는 유지태 연기가 가장 좋았기 때문.
최민식이 자신의 혀를 자르는 이 장면은 원래 인조 혀를 만들어 직접 자르는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었이나 잔인하다는 의견에 밀려 절단 장면은 찍지 않았다.
윤진서가 와이어에 의지해 실제 댐에서 찍은 장면. 원래 등 뒤로 보이는 물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었으나 CG팀이 한 달 동안 일일이 지웠다.
칸 영화제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울었다는 장면이다. 타란티노 왈, "유지태는 분명 나쁜 놈인데, 저 장면에서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뉴질랜드에서 찍은 장면. 최민식의 이상한 옷은 현지에서 빌린 레인코트다. 최민식의 의상과 카메라 장비를 담은 짐이 항공사 실수로 도착하지 않아 현지에서 급조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