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니클루 감독의 '베일을 쓴 소녀'(La religieuse, 2013년)를 보면 가장 먼저 영상이 정갈하다는 느낌이 든다. 투명한 수채화처럼 깨끗한 색감과 손에 잡힐 듯한 뽀얀 빛, 균형이 잘 잡힌 가운데 적절하게 공간을 채우는 인물과 소품들은 잘 그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여기에 폐쇄적이며 은밀하기까지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수녀들 만의 내밀한 이야기는 충분히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돋울 만 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드니 디드로가 쓴 원작 소설 '수녀'는 오랜 세월 금서였다. 물론 거기에는 수도원에서 금기시된 수녀들의 부도덕한 행동이 18세기 시대 정신에 어긋난다는 판단과 더불어 종교에 대한 반감, 나아가서는 신권에 대한 도전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그런데 비단 이런 문제..